기대하지 않은 선물

#103

by J임스

#103


태블릿(Tablet)으로 하는 심시티(SimCity)에 빠져서 하루가 그냥 훌쩍 지나갔다.


어렸을 적에 나만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컴퓨터를 붙잡고 밤을 새우기가 일쑤였다.

오랜만에 했더니 계속 실패의 연속이었다.


소영에게 패드를 건네줬더니 그녀도 금세 게임에 빠져들었다.

다른 이가 하는걸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가 보이더라.


게임하다 말고 괜히 나 스스로를 또 한 번 반성하는 하루가 되었다.


정해진 조건과 악재가 있을 뿐인 심시티도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들의 인생이야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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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거리에서 콜카타에서 만났던 민기 군과 바라나시에서 봤던 예슬 씨를 마주쳤다.


서로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사람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저녁엔 빌렸던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그동안의 방값도 계산했다.

여행자가 너무 한 곳에만 머무르는 것 같아, 내일은 숙소를 옮겨보기로 했다.


그래 봐야 바로 옆 옆 건물이지만, 하하.


개미(Ants)가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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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다시금 석양을 보러 나갔다.

잔뜩 먼지가 묻은 사진기와 함께.


하지만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역시나 인생은 심시티보다 배는 어렵다.


구름은 그러나 기대하지 않았던 바람을 잔뜩 데려와 세찬 파도소리를 들려줬다.


이렇게 또 인생은 기대하지 않은 선물로 가득하다.


선물만을 보지 않고 주는 이의 마음을 느낀다면,

지구는 언제나 너그럽게 그대의 편이 되어 준다.


안녕, 파도야.

고마워, 바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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