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104

by J임스

#104


아침부터 어제 약속한 숙소로 짐을 옮겼다.

무거운 짐을 한꺼번에 들고 가기가 싫다는 핑계로 귀찮은 몸을 몇 번이나 움직였다.


정 때문인지 돈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원래 머물던 가정집 주인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못내 서운한 표정으로 우릴 배웅했다.


계단에서 굳이 내려오셔서 두 손을 꼬옥 잡고서는 “Merry Christmas”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제야 그들의 진심을 깨닫고는,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왔다.

깨달음을 줬던 집 앞의 돼지에게도 조용히 목인사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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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긴 숙소에서는 와이파이가 된다.

베란다로 나가면, 사람들과 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공간도 꽤나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고아 최고의 라이브(Live) 공연이 열리는 레스토랑이 바로 옆 건물이라서

매일 밤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방안에서 끝내주는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무더운 하루를 또 한가로이 숙소에서 보내고 있다가,

고아에서 마주친 한국인 친구들이 모두 함께 한자리에 모여서 저녁을 먹자길래 밖으로 나갔다.


푸짐한 저녁을 함께한 우리는 느긋하게 해변가로 걸어서 한적한 방갈로에 자리를 잡았다.

민기와 예슬을 비롯해서 현재 군과 소영, 새로운 멤버들도 몇 명 더 생겼다.


모두는 이야기와 웃음으로 밤을 채워갔다.

멀리서는 여전히 파도소리가 들린다.


한껏 취한 탓인지 아니면 기분 탓인지,

저 멀리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바로 앞 친구들의 이야기보다도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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