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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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의 마지막 날.
어제 오후에 거리에서 만난 재헌 씨와 택시를 셰어(Share)하기로 했다.
보통 콜카타와 방콕 사이의 노선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도,
나는 왕복으로 두 번이나 기분 좋은 동행이 생겼다.
이번에도 역시 아침 비행기였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
문밖으로 나오니 인도만의 묘한 공기와 색감, 분위기가 나를 전에 없이 휘감는다.
오늘따라 보이는 모든 것에 인도색이 더욱 짙다.
떠날 때가 되어서야 이 나라의 아름다움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참 어렵다.
공항으로 이동하여 대기를 하고 있는 차에 중국에서 온 듯한 한 무리의 승려들을 만났다.
수행 중이신 건지, 불쾌함을 느낄 정도로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나도 조금 참기가 거북했는지 어느새 인상을 꽤나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스님이 무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오시더니 파이를 하나 건네주셨다.
이어 다른 스님들도 한분씩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줄줄이 간식거리를 공양하셨다.
아아, 나라는 그릇은 왜 이렇게도 부끄럽고 작은가.
마침내 비행기에 올라탔는데 딱히 묘한 기분은 없었다.
다만, 그 기분이란 것이 아마도 시간을 좀 두고서 내게 찾아올 것 같은 확신 아닌 확신이 들었다.
비행기는 바다를 건너서 태국으로 향했다.
국제공항인 수완나폼(Suvarnabhumi)이 아닌, 돈 므앙(Don Mueang) 공항으로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마치 우리나라에 온 듯이, 그렇게 푸근하고 편안할 수가 없었다.
하긴, 여기엔 동생과 엄마, 가족이 있다.
가족이 있는 곳이라면 집이나 다름없다.
이번엔 카오산이 아닌 시내에 숙소를 잡았다.
방콕에서 할 일은 딱히 유리를 만나는 일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으므로,
시내랑 멀리 떨어진 카오산보다는 조금 비싸도 시내에 묵기로 했다.
수쿰빗(Sukhumvit) 지역에 있는 한 호텔에 방을 잡았다.
그런데 막상 방콕으로 돌아왔더니 금세 카오산 로드가 그리워졌다.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뚝뚝을 타고 시내를 통과해 카오산으로 향했다.
카오산은 밤은 여전히 휘황했다.
팟타이로 시작해서 각종 꼬치구이들, 과일로 가득 배를 채우고는 마사지까지 받았다.
노곤했던 몸이 이내 생기가 돈다.
카오산 로드의 한 술집에 앉아서 창(Chang) 맥주를 마시며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구경했다.
나이와 성별, 인종은 달라도 표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여행이라는 즐거움을 앞에 두고서 웃음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도 맥주병과 마주 보고 웃었다.
방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