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말이 국수의 유혹

#120

by J임스

#120


Happy New Year!


그동안 숱하게 여행을 다녔으면서도 이제야 처음으로 해외에서 새해를 맞는다.

새해의 첫날,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카오산 로드의 풍경이 궁금해서 카메라를 메고 버스를 탄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처음엔 길을 조금 헤매다가 점차 다시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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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떡국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카오산의 유명한 한식당을 찾았으나,

결국에는 김치말이 국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혼자서 두 그릇이나 뚝딱 해치웠다.


결국 인도에 다녀왔다고 양이 줄지는 않은 셈이다.


시내로 돌아와 유리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관에 들어가니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모든 관객들이 다 같이 기립을 했다.

어리둥절하게 유리를 쳐다봤더니, 그녀가 가벼운 눈짓으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곧 스크린에서는 푸미폰 국왕(Bhumibol Adulyadej)의 영상이 나왔고

이내 모든 이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국왕에게 존경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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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푸미폰 국왕(제9대)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 인물로,

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핵심 중의 하나다.

나도 여행을 하면서 태국 곳곳에서 사람들의 국왕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나 또한 매우 인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영화는 태국영화였는데,

불교 국가답게 영화도 역시 불교의 가르침이 메시지로 포함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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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늘 길에 숙소 근처에 자리한 유흥가가 괜히 궁금해서 길을 좀 에둘러 걸었다.

붉은 조명과 화려한 네온등 아래에 서 있는 수많은 여성들이 나를 유혹한다.


빨라지는 걸음과는 반대로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고함치는 그녀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내 심장소리와 뒤섞인다.


궁금하다.

삶이, 그리고 인생이.


동정 따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궁금증으로만 평생을 살다가 갈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깨달은 나이가 된 것 같다.


여러 생각이 한데 엉킨 채로 맥주를 두병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묘하게도 침대에 걸터앉아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금방 취기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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