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2011년의 글을 옮겨 쓰다.
집을 나서는데 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
세배를 했으니, 세뱃돈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며.
지갑을 여시고는 3만원을 쥐어 주셨다.
속으로 '아버지도 많이 짜지셨네' 하면서 방을 나왔다.
신발을 신고 있는데 아버지가 다시 부르셨다.
2만원을 더 주신다.
피식 웃으며 아버지도 역시 무안했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2만원을 받는 순간 아버지 지갑에 들었던 2만원,
그리고 5천원을 보고 말았다.
본인의 5만 5천원에서 5만원을 아들에게 내어주시는 아버지.
나는 애써 울기 싫어서 서둘러 등을 보이고 집을 나왔다.
아버지.
이런 식으로 다 큰 아들을 울리시면 곤란합니다.
많이 벌지 못한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핑계로,
당신껜 변변한 옷 한 벌 못해드린 이 못난 아들.
오늘 나는 내가 정말 엉터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오늘에서야 나는 결코 아버지 당신보다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