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임스 Apr 19. 2016

일 못하던 한 워홀러의 잡생각

4월 7일, 2011년의 일기를 고쳐 쓰다.

호주 워홀(워킹 홀리데이) 시절의 이야기다.



농장에서 피킹(농작물을 나무에서 따는 일)을 한참 하고 있다가, 옆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 패치(피킹을 배정받은 구역) 만다린 진짜 맛있죠?"

그녀가 여전히 피킹을 하면서 응답했다.


"그래요?"

순간 놀랐다.


뙤약볕 아래서 피킹을 시작한지가 이미 세 시간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그녀는 만다린을 하나도 먹어보지 않았다.


그녀의 속도는 확실히 나보다 빨랐다.
결과는 당연히 그녀의 압승으로 끝났다.
나보다 반 빈(Bin)은 더 채운 것 같았다.


그녀는 돈을 벌었고, 나는 만다린을 먹었다.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우리는 종종, 아니 어쩌면 너무 자주 결과에 치중해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무슨 일이든 정답이 있다면, 맞던 틀리던 우리는 결국 정답을 알게 되어있다.
정답을 꼭 맞히는 것만이 옳은 일은 아닐 것 같다.


그런 것이라면 어차피 답을 알게 될 바에야,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답을 아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했으면 한다.

사랑도 이와 같으리라고 생각해봤다.
우리들의 사랑은 너무 자주 결과만 기대하고 바라보지 않는가.


누구와 사랑을 하고 어떻게 끝맺음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해 나아가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좀 더 즐겁고 진실되게 매 사랑의 과정을 마주한다면,

세상에 정답쯤은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정답은 그저 정답일 뿐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고통이라는 경험의 해독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