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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Jul 14. 2016

노 푸(No-Poo)의 추억

12월 31일, 2014년의 글을 옮겨 쓰다.

노 푸(No-Poo)를 시작한 지 이제 딱 1년이 된다.

작년 겨울 즈음해서 외국 신문 기사를 읽다가 알게 되었더란다.


근래에는 국내에도 어떻게 들어왔는지, 뉴스나 피드가 꽤나 보였다.


1. 원래 여행을 다니면, 머리를 잘 안 감고는 했다. 그리곤 그게 머릿결의 비결이라 믿었다.


2. 뉴스 기사나 블로그를 보면 샴푸와 두피 건강, 독성, 피부건강에 대한 잡설이 잔뜩이다. 샴푸(Shampoo)는 대부분 퐁퐁과 같은 계면활성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3. 나는 꽤나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자연에서는 샴푸를 안 썼을 테니까, 샴푸라는 것은 그냥 문명의 이기이다. 고로, 없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거니까 한 번 케이브 맨(Cave Man)이 돼볼까? 정도. 재미있겠는데? 정도.

4. 사실 자연인으로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주제에, 언제나 자연인을 꿈꾸는 척하는 건 함정.

5. 그렇게 시작된 게 1년이 된 거다. 짧게 요약하면 2(3)개월 차-5(6)개월 차-8(9)개월 차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6. 2개월 동안은 가렵다. 두피가 말 그대로 뒤집어진다. 그리고 어깨를 비롯하여 그대의 온몸에 소복하게 하얀 눈송이가 쌓인다. 주변에 해본다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장담컨대 보통 1주일을 버티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한다면 더욱 불가. 참고로, 나는 당시 직장인이 아니었음.


7. 5개월 차가 되면 소위 말해 두피가 '환골탈태'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려운 것은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나고, 4개월 차에 이르면 하염없이 내리던 눈송이도 조금씩 잦아든다. 사실상, 신문기사에서 말하는 두피 건강과 자연화의 효과는 거의 이 시기에 도래하는 것 같다. 당연히 악취도 함께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두피에서 피지와 비듬을 더 이상 생성해내지 않기에.


8. 반 년이 지나고 나서는 그냥 자연인이 된 기분이었다. 적어도 이 '샴푸질'을 하는 루틴에서 만큼은. 뭔가 머리가 상쾌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들고. 그냥 샴푸를 하지 않아도 했을 때와 별반 큰 차이를 못 느끼니까. 그렇게 나는 케이브 맨에서 그토록 원하던, 뭔가 그럴싸한 자연인이 되었다.(라고 느껴졌다)


9.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고, 무엇보다 다시 직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 더군다나 일을 시작하면서 지금의 동거남(?)과 함께 살게 되었고, 새로운 환경이 내게 일종의 프레셔를 줬다. 그래서 나는 향(Scent)을 위해 컨디셔너(속칭, 린스)를 다시 쓰게 된다. 다만 여전히 두피는 자연 상태를 지향하기 위해서, 머리카락 끝부분만 고개를 숙여 빨래(여자분들은 알 듯)함.


10. 1년 동안의 나름 비밀 프로젝트를 홀로 마친 지금, 굳이 샴푸를 다시 쓰지도, 영영 샴푸와 빠이빠이를 할 필요도 없다- 고 생각한다. 그저 궁금했던 것을 해보고, 궁금증을 풀었을 뿐. 하지만 사실 정말 궁금했던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만약 아무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까?



결국 본 프로젝트를 통해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 또 그렇게 알아낸 최소한의 사실은 이렇다.


(1) 사람들은 당신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어쩌면 당신이 걸치고 있는 옷이나, 구두, 가방 등에는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2) 보이는 게 다- 라고 하지만 보이는 것은 사실, 당신들의 선입견에 기초한다는 것. 나는 아마도 내가 노 푸(No-Poo)를 한다고 미리 말하거나 떠벌리고 다녔다면, 누군가 나를 실제 만나거나 마주했을 때 그들이 느꼈을만한 선입견(하지만 실제로는 365일 가까이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에 대해 꽤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부터가:


(1)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2) 본인의 선입견과 치열하게 싸워 나간다면, 어쩌면 분명 내년에는 좀 더 좋은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quoted by 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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