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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Nov 23. 2016

空中電話

Writing Photo, 4

공중전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딘가로 전했을, 때때로 표현하지 못해 애끓는 감정들로 흘러넘쳤을, 철모르는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주었을, 비밀과 비밀이 아니게 된 비밀과 그럼으로써 또다시 생겨난 비밀의 침묵하는 증인일,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 몸을 웅크린 누군가의 즉흥적인 통신(通信)을 묵묵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겨주었을, 성질이 급한 어떤 이의 애꿎은 매질도 기꺼이 받아왔을, 가끔씩 오리발을 내밀 때를 제외하곤 요금에 있어서는 야속하리만치 철두철미했을, 그런.


공중전화. 초콜릿을 맛본 적 없는 코코아 농장의 노동자처럼, 언제나 타인의 목소리를 배달하지만 정작 스스로를 향한 다이얼에 귀를 기울일 일 없는,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매 순간 체험하면서도 거자필반(去者必返)은 자신있게 역설하지 못하는, 말할 수 있으나 들을 수 없고 늘 듣지만 말하는 법을 모르는.


아이러니. 그리고 그 사이 허공을 가르는 기둥. 이것은 마치, 우리에 갇힌 우리들. 기둥 옆에 공간이 있음을, 마주함과 대화의 가능성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녹슬어버린, 흑백의 너와 나.


Writing. by 승재


Writing Photo, 4. @J임스

삶이 있다면 거기엔 이야기가 있다. 사물에는 이야기가 있으므로, 거기엔 나름의 삶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야기가 궁금한 것은 매한가지다. 가만히 귀 기울여 그 이야기를 듣는다. 마치 인터뷰를 막 마친 것처럼 사진을 한 장 찰칵. 그리고는 다시 길을 떠난다. 카메라를 고쳐 메고서.


Photo. by 임스


승재가 쓰고,

임스가 담다.


함께 서로 쓰.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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