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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Dec 01. 2016

Finding Fireflies

Writing Photo, 5

“반딧불이었어. 맞아, 그건 분명 반딧불이었어.”


어쩐 일인지 아빠는 들떠 보였어. 복권이라도 맞은 걸까, 아니면 팀버울브스가 괜찮은 선수라도 물어온 걸지도. 갸우뚱하며 쳐다보는 나는 아랑곳 않고 콧노래를 멈추지 않았어. 뭣 좀 꺼내달라고 부탁하면 먼지 알레르기가 있다며 한사코 접근하기를 거부하던 창고에 들어가선 달그락 와장창, 저러다 눈알 빠지겠다 걱정될 정도로 재채기를 해가며 난리를 피웠지.


아빠가 꺼내온 건 캠핑 장비들이었어. 우중충한 녹색의 텐트가 원래는 형광색이었음을 이야기하며 웃던 얼굴이 가끔 떠오르곤 해. 눈가에 잡히던 주름이 그럴싸하구나, 하고 꼬마 주제에 제법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도.


그제서야 나도 신이 나서 베낭의 배를 부풀리기 시작했어. 정체가 뭔지 도통 가늠이 안되는 잡동사니들도 꾸역꾸역, 프링글스를 먹을 때처럼 해치워버렸지. 마스크를 쓰는 것도 잊지 않았어. 나도 알레르기가 있고, 아빠보다 똑똑했거든.


조수석에 앉아 선글라스를 썼어.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었거든. 내리쬐는 햇살도 아랑곳 않고 치켜든 얼굴과 바람에 사정없이 나부끼는 머리칼, 캬, 멋지지 않아? 허리를 쭈욱 뻗고 거북이 마냥 고개를 치켜들어야 겨우 경치가 보일락 말락이었지만, 난 이미 보헤미안 기분이었어. 곱슬머리도 하늘하늘거릴 수 있단 사실을 누가 알았겠어.


세상이 맨눈으로도 봐도 충분히 깜깜해질 무렵까지 난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어. 무척 긴 여정이었던 걸로 기억해. 꾸벅꾸벅, 질질, 비포장도로의 천연 어트랙션들이 무작위로 가동을 하는데도 어깨를 흥건히 적셔가며 잠을 자기도 했었으니까. 아빠는 왜 날 깨우지 않았던 걸까, 괜히 궁금해질 때가 있어. 아무튼.


부산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는데 아빠가 낑낑대며 망치질을 하고 있었어. 조금 더 자는 척을 할까 망설이다가 이내 안전벨트를 풀었어. 차 문을 열고 기합을 외치며 점프를 했는데, 우와. 그건 뭐랄까. 태초의 새벽, 이랄까.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별들 또 별들. 호수는 그것들을 끝없이 데칼코마니 했고, 마침내 프랙털이 돼버렸어.


그때, 아빠는 노래를 불렀어. 이상하지. 엉뚱하게도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어쩌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아빠의 목소리로 구성된 건 아닐까, 그가 내뱉는 호흡과 음(音)들이 다 별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그 순간 오로라의 색을 닮은 조그마한 점들이 하나둘 피어 올랐어. 아빠, 도대체 이번엔 뭘 만들어 낸 거야?


끝내 나는 묻지 못했어. 이유는... 알아서 상상해 줘. 잊고 살았지, 꽤 오랜 세월을. 그런데 말이야, 어느 날 던지지 못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더라. 이 선문답을 해결하려면 직접 노래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기까진 의외로 얼마 걸리지 않았어. 여기 모인 녀석들은 아마 다들 비슷할 거야.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거지.


“반딧불이었을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어때, 한 번 들어 보겠어?”


Writing. by 승재


Writing Photo, 5. @J임스

뉴욕 소호(SOHO)에서 우연찮게 담게 된 사진.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오른쪽 건물에는 당시 화재가 나서 소방관들이 출동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들의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무대는 그저 거리였지만 노래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들에게 마치, 10개월을 내내 견디다가 겨우 보름새 발광(發光)하고 스러지는 반딧불이처럼 치열했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spotlight)를 비추고 싶었다. 보다 넓은 화각과 사진만으로 이야기를 채울 수도 있었지만, 나 역시 온전하게 그들과 그들의 무대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Photo. by 임스


승재가 쓰고,

임스가 담다.


함께 서로 쓰.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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