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Photo, 6
농담. 너를 생각하면 언제나 첫 머리에 떠오르는 말, 농담. 그래 너는 정말, 농담 같은 사람이었지. 그건 네가 단순히 농담을 즐겼기 때문만은 아냐.
우리가 처음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던 술자리. 영문도 모른 채 지인에게 끌려 간 어떤 집회. 주제가 뭐였더라, 아무튼. 커다란 파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세상모르게 졸다 깼더니 어이쿠 이런, 남극까지 와버렸네, 하는 얼빠진 해달이 된 기분인 내게 네가 물었지.
여기가 어딘가요.
그러게요, 여긴 어딜까요.
시큰둥하게 대답했지만 왠지 동료를 만난 듯 반가웠어. 우리 둘 다 어색했었나 봐. 아니었음 그렇게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켰을 리가. 그때부터였겠지, 우리가 같은 섬에 표류하게 된 건.
무대 중앙에서 왁자하게 소란을 만들어 내는 누군가가 거슬렸던지, 얼마간의 침묵을 깨고 너는 대뜸 말했어. 무례하고 거친 말을 쓰지 않고는 웃음을 자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치들이 싫다고. 그동안 우리는 꽤나 많은 대화를 나눠왔지만 그때처럼 너의 음성에서 적의랄까 경멸이랄까, 아무튼 그런 것들이 담겨있었던 적은 없었어. 그러게요, 하며 흘끗 시선을 돌렸을 땐 네가 이미 특유의 옅은 미소를 되찾은 뒤였지만.
농, 하면 담, 하고 농, 하면 담, 하고 이제 그만 농, 하는 그담에도 담, 하던 핑퐁이 그리울 때가 있어.
알맹이 없는 이야기들. 너만의 필터를 거쳐 흘러나오던 단어들. 그 단어들이 빚어내는 기묘한 형상들. 피식피식 소리로 아즉 내 숨이 붙어 있음을 일깨워주던 문장들.
농담. 너를 생각하면 언제나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는 말, 농담. 그래 너는 정말, 농담 같은 사람이었지. 그건 내가 너의 농담을 좋아했기 때문만은 아냐.
농, 하면 담, 하고 농, 하면 담, 하고 또 농, 해도 이젠 담을 쌓지 않을 건데. 젠장.
Writing. by 승재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카페는 적당한 소음과 핸드드립의 내음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자기 얘기를 했다.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더니 결국 내려놓았다. 벽에 걸린 커피 액자가 괜히 음탕해 보였다.
Photo. by 임스
승재가 쓰고,
임스가 담다.
함께 서로 쓰.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