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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Jan 30. 2017

The Catcher in the Rye

1월 25일, 2015년의 일기를 옮겨 쓰다.

여행을 너무 대책 없이 하다 보니, 집에 가야지 이제 했는데 돈이 없다.

그래서 집에 가지 못하게 되었어.


그래도 언제고 내 집으로는 돌아가야 하니까 돈이 없으면 만들기로 했다.

돈의 목적은 본래 쓰기 위한 것이니, 없으면 목적에 맞게 다시 만들면 될 것 같아.

-라고 쿨하게 생각했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내 능력과 시간을 재단당하는 일이,

특히 너무도 쉽게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더더욱 불리하지.


그럼에도 역시 행운의 여신은 항상 처녀귀신 마냥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지,

방콕 외곽의 나콘 파톰이라는 곳에서 어렵잖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재는 18홀의 풀코스 골프장이 있는 호텔에서 매니징 업무를 보고 있음.


소도시로 와서 마음이 좀 우울했는데,

나름 근사한 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삶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적어 나간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위안이 되었다.


어떻게 살고 어디로 나아가는지 참으로 알 수 없다.

그저 철이 없는 건지,

본질적으로 어떤 한 부분에 문제가 있는 건지-


친애하는 L군의 반만큼이라도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

애꿎은 사랑만 계속 나는 삶이 아니라,

그 사랑들을 하나하나 가져다 생이라는 넓은 들판에

조심 조심히 옮겨다 심을 수 있는 용기와 근면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들푸른 이 초원을 덩그러니 남겨놓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고 미련하다.

초원에 무슨 생각이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평생의 욕심은 버리기 어렵다.


이 푸른 들판에 꽃과 나무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루도 나비도, 천진한 아이들과 따뜻한 어른들도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남루한 옷을 입은 허수아비 마냥, 그렇게 들판에 서서 하염없이 웃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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