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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May 24. 2018

Trip Bros

여행형제 by 아우님

"분형연기(分形連氣), 형우제공(兄友弟恭)이라.

어떠한 친구도 형제만 못하다."

- 아우 생각(James 曰)


#Prologue


치열한 2014년의 수행사업 노가다(혹은 피 같은 나의 세금을 몸으로 직접 환수함을 의미) 끝에 휴식이 찾아왔다. 아니 아마도 동생에게는 적어도 분명한 휴식의 텀(Term)이었을진대, 형님에게는 숨이라도 고를 짬이 있었는지 돌아보면 조금 갸우뚱하다.


히피를 가장한 도피의 삶을 '여행자의 삶'이라고 명명하고 꿋꿋이 형의 피 같은 현*카드 포인트를 빨아대며 아늑한 신촌(인근의) 하우스에 얹혀살고 있는 동생은, 13년의 사업기간 내내 전방위로 형님에게 꿈과 이상향을 설파하며 도주의 단 꿈을 주입하고 있었다.


신촌 집은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을 최적의 장소였다. 형제 외에는 금남의 집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지나치게 노골적인 것은 또 선비 된 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바, 8:2 정도의 비율로 다국적의 여행자들이 다녀가며 역시 형제에게 마치 그린티 프라푸치노 위에 올라가는 휘핑크림의 당도와도 같은 달디 단 꿈을 남기고 갔다.


기억나는 장면이 몇 있다. 자꾸 "개 또라이~ 개 또라이~"를(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있는 노래/살다 별일 참) 찾아대던 태국인 소녀와 일본서 건너온 푸른 눈의 코스프레 오타쿠 처자, 너드(Nerd) 갬성 200%였는데 한밤 중에 근사한 기타 연주를 들려주던 뉴요커 청년 등. 금싸라기 같은 땅에 공짜 숙소를 얻은 여행자들은 그 대가로 짧은 기간 동안에도 꽤나 강렬한 추억을 남기고 갔다. 한 번은 술도 잘 못하는 형님께서 홍대 클럽 맨바닥에서 쿨잠을 자고 새벽에야 몸을 부르르 떨며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바카디 151 넉 잔을 스트레이트로 자셨더니. 여튼, 여행을 위한 형제의 레퍼런스(신용도- 라고도 함)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탈 대한민국을 갈망하던 형님께서는 그 겨울 데이트로 꽤나 바빴다. 주선자(인 나)는 내심 흐뭇하면서도 형이 나 이외에 누군가에게 애정(혹은 현*카드 포인트)을 쏟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위한 준비도 빠짐이 없었다. 형은 땀 흡수와 증발이 빠른 언*아머 티셔츠를 구매했고, 그것만으로도 여행은 모두 잘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작명에 타고난 센스가 있는 동생(찍새 )은 'Trip Bros'라는 팀명을 탄생시켰다. 그의 매번 일처리가 그렇듯, 보다 전문성이 있는 작업은 전문가(친구/후배들)에게 의뢰. 로고도 받았다. 맥(Mac) 없으면 이틀을 버티기 힘든 우리 형님께서 직접 영상과 편집을 담당하기로 하고. 돌아보면 출발 전부터 유난을 떨었다. 그치만 원래 병*력이 폭발할수록 인생이 즐거운 법이다. 형과의 일상은 대체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여행 출발 당일, 김봉(a.k.a. 김 박사)이 친히 우리를 공항으로 데려다주었다. 그의 차가 알 수 없는 굉음을 내며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달리는 차 지붕 위로 그 날 따라 왠지 구름들이 유난히 높이 떠있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동생을 찾아왔다.


'떠나는가, 도망가는가.'


백미러로 힐끗 형을 쳐다봤다. 선글라스를 쓴 그의 시선이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있었다. 얼굴을 가리니 3.8배쯤 잘 생겨 보이는 형님의 존안(尊顔)을 뵈니, 머리 위로 말풍선처럼 떠올랐던 질문이 조용히 사라졌다.


그 해 한 계절을 함께 내달리고 어이없게 마무리가 되었지만 작은 모멘트(Moment)라도 꼭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었다. 형제의 여행-


떠남이든 도주든 그 연유나 상태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홀로 고독한 인간의 생에, 합치할 수 있는 서로가 있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답이 되었다. 둘 중 하나만 답을 찾으면 되므로 200%의 확률을 지닌 채로 길을 떠난다.


형제는 용감했다. 어떤 말로도 부족한 감사를 이렇게 글(무료)로나마 형에게 전한다.



1. '시작은 방콕이다' 편

https://youtu.be/blyfhgeUrVw

Trip Bros, produced by 형님


2. '후아힌 랩소디' 편

https://youtu.be/KbJHWLRvjQY

Trip Bros, produced by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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