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2016년의 일기를 옮겨 쓰다.
티미(Timi)의 목소리는 그녀의 온화한 표정만치 잔잔했다.
다만, 그녀의 기타 리프에는 내공을 나타내는 듯 꽤나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한참을 연주하던 그녀가 객석에 있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Can you play the guitar?"
순간 흠칫한 나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이윽고 내가 그녀를 향해 나직하게 대답했다.
"I can sing, instead."
마치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티미가 환한 미소로 내게 의자를 건넸다.
관객들에게 기분 전환 정도로 한 곡 부르고 내려가려는 본래의 계획과는 다르게,
우리는 서로 함께 또 그리고 같이, 그렇게 네 곡이나 연거푸 함께 불렀다.
마지막으로 'Hallelujah'를 부를 때는 제프 버클리를 흉내 내는 내 목소리가 떨리는 건지,
아니면 그녀와의 협연에 전율하며 나도 모르게 온 목소리가 떨리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함께 참을 수 없는 미소를 마주 지으며
선율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우리가 꽤나 근사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녀와의 길고도 짧은 공연이 끝난 후 정신을 차리고 객석을 바라보니,
관객들이 마치 한 편의 근사한 영화를 본 것 같은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커다란 미소를 받으며 멍하니 반쯤은 넋이 나간 나에게 몸을 기울이며 그녀가 말했다.
"You have such a wonderful voice."
서로에 대한 답례로 두 손이 거의 이마까지 올라오는 정중한 '와이'를 나누고서는
그렇게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제자리를 찾았다.
평생의 소원이던 방콕 최고의 블루스 바 '애드 히어 13 블루스 바'에서, 드디어 노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