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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Mar 08. 2019

피렌체를 여행하며

1월 14일, 2019년의 기록을 옮겨 쓰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도시, 피렌체에 잠시 머물다가 간다. 도시 전체를 채우는 붉은 지붕들과 무심하게 중심가를 비켜 지나는 아르노 강, 골목길 곳곳에서도 보일 만큼 우뚝 선 두오모(피렌체 대성당) 쿠폴라가 무심한듯 하면서도 화려하게 아름답다.

시인 릴케는 피렌체가 지나치는 나그네에게는 자신의 속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4일간의 짧은 일정에서 도시의 참매력을 탐구하기란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그저 도시가 보이는 매력에 따라서 길을 걷고 또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사진에 담기로 한다.

애정하는 한 후배가 근황을 묻고는 내 (보이는) 삶의 모습에 질문하며 본인의 삶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미 전한 가벼운 답을 대신해 생각할 시간을 조금 두고 글로도 발전시켜 본다.

이탈리아로 넘어오면서부터 사진의 촬영 설정에 제약을 많이 걸어두고 있다. 제한된 영역에서만 집중하다 보니 되려 새로운 깊이가 생기기도 했다. 이에 흥미를 느끼고 더욱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사진의 깊이와는 달리 촬영 공간과 대상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두 배 세 배의 집중력과 노력이 든다. 아웃풋이 인풋 대비 항상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탈한 경우가 많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무엇을 찍는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도, 이내 마음에 드는 빛이 거리나 골목을 스쳐갈 때면 하염없이 그 자리에 서서 찰나를 기다린다.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겨울인 덕에 입에서는 대체로 입김이 난다. 장갑을 사두고는 끝내 장갑을 낀 손으로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속도가 미덥지 못해 장갑은 아직도 캐리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시, 무엇을 위해 무엇을 찍는가. 어릴 때는 근원적 물음이라 하여 마음에 왜(Why?)라는 질문이 없는 것을 폄하하거나 존중하지 아니하였다. 나이가 서른이 넘으면서 질문인생이 지나치게 꼬리를 물다 보니 질문만 하다가 평생을 살 것만 같았다.

지난 밀란, 베니스의 생각에서 추가로 일(Works) 얘기를 다시 꺼내어보자면, 일(Professionalism)에 있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정리할 줄 아는 법을 고민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오를수록 문제제기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넘어 문제해결이라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한자나 대표직이 일견 그럴싸해 보이면서도 사실상 고되고 외로운 자리인 까닭도 이 때문일지라.

어느 시점부터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을 비교하고 그것의 간극에서 스스로 괴로움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스스로가 가장 부러워하는 이들이 사실 왜? 라는 반복되는 질문에서 벗어나서 그들의 마음을 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진하는 끈기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다시, 부럽다고 해서 꼭 그것을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나의 장점과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빛에는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듯이 사람에도, 나아가 모든 것에도 그러하다고 여겨진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 라는 것을 말하거나 단순히 이것에 그치고자 함이 아니다.

다른 것이라면 그것에 부합하는 최고(선)의 매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나 스스로의 인생은 물론 소속에서의 책임까지 함께 돌볼 수 있다.

본인이 타인들과 어떻게 다른지 혹은 어디가 또 같은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막역하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진실된 마음으로 본인을 지켜보는 가족과 친구에게 솔직한 조언을 구하고, 이를 귀담아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과 내 마음의 사이.
내 일과 욕망의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본인의 삶의 책임자와 권한자가 된다. 그 사이에는 왜? 라는 물음이 꼭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마음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한 마음이 원치 않는 것일 경우에는 어떡하냐고? 글쎄. 사진가로서는 대체로 예정된 촬영지보다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깨달음과 배움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은 항상 이후의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듯이 사람도 이처럼 스스로가 바르게 정한 이상으로 사는 것. 그것이 아마도 무기력과 냉소가 넘치는 현시대적인 부정성을 극복하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힘내라, 청춘과 귀한 생이여.

#피렌체
#이탈리아

#사는생각


피렌체를 여행하며 @dalai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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