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2018년의 생각을 정리하여 쓰다.
다시금 대한민국을 잠시 떠나 길 위를 방랑한 지 7개월 차, 어느새 아프리카 대륙까지 닿았다. 낯선 땅 모로코에 이르니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진행 중인 친애하는 L형(a.k.a 오방술사)과의 거리가 상당히 좁혀진 관계로 그에게 연락을 했다. 터키에서 있는 동안에 그가 소개한(정확히는 그로 인해 알게 된) 또 다른 지구별 여행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만, 가난한 여행자의 동선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저렴한 항공권의 득실(得失)에 따름이었기에 지척에 두고도 끝내 만나보지 못하고 그리스로, 그리고 다시 또 이곳 모로코로 넘어오게 되었다.
L형은 우리 둘의 만남을 두고 본인이 인정하는 ‘최고의 히피와 가장 트렌디한 여행자’의 만남이라고 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그와의 짧은 메신저 대화에서도 자유로운 그의 영혼(Soul)을 느낄 수 있었다. 부끄럽게도 나에 대해 가장 트렌디한 여행자로 유리한 해석을 내놓아준 형의 마음을 정확하게 풀자면-이른 나이에 게으름에 파묻혀 여행의 열정을 다소 잃어버린, 그 자리에 대신 (자본주의적) 소비를 채워 넣은-여행자라고 할 수 있겠다. 여튼. 새로운 만남은 불발이 되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으므로 설레는 마음이 되었다. L형과의 대화를 끝내고 요가 매트 위에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최고의 히피와 가장 트렌디한 여행자가 만난다면. 그 둘은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인가? 상극은 오히려 통한다고 했던가. 이미 몇 차례의 짧은 대화에서도 좋은 느낌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운데에 서로 애정 하는 이가 있기 때문에, 둘의 우정에도 기본적인 관심과 배려가 있으리라.
그러나 둘은 어디에서 만나야 할까? 히피 존(Zone)일까 아니면 트렌디 존(Zone)일까? 그 가운데인가?
잠시 상상력을 발휘해보니 어느 한쪽에서 만난다고 하니, 누군가의 색깔에 빛이 바랠 수 있다. 중간 지점의 어드메에서 만난다고 하니,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것이 된다. 적당한 가성비의 쌈마이 같은 느낌이었다. (상상 속)
생각이 조금 난무하다가 요가 자세를 마무리하는 호흡 즈음에서 머릿속으로 한 단어가 스치고 지났다. ‘The Way of Life’. 삶의 방식이랄까. 순간적으로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스스로) 새롭게 풀이하게 했다. 온전한 인생에 이르는 길. 내 인생(My Life)을 완성하는 방법에 대하여.
당분간은 이하 세 가지의 기준과 필요조건을 삶의 완성을 위한 과정의 최우선으로 두고자 한다.
Value of Life : 인생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Happiness of Life : 인생에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Way of Life: 인생에서 내게 맞는 혹은 내가 지향할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
위 세 가지는 서로의 밸런스를 유지하기보다 어느 한 영역에서의 부족함이 없이 각각 극상의 단계(Level)로 추구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인가? 당연히 그렇다. 내(My)가 추구하는 가치(Value)와 행복(Happiness), 방식(Way)을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작은 나를 아는 일.
여행이든 인생이든 내 것이 되려면 내가 나를 온전하게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진실과 일부의 거짓도 모두 나 자신. 설령 그 반대일지라도, 스스로는 속일 수 없다. 아니, 속여서는 안 된다. 삶이라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행복과 방식. 도체 나라는 완성품에는 어떤 공식(Formula)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