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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Apr 25. 2019

지난 여행을 마치며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가감 없이 옮겨 봄.

타인의 삶에 동요될 필요가 없는데 하물며 타인의 여행에는 더더욱 미혹될 이유가 없다. 모두가 다 제 감정 추스르기에 따름이라.


길 위에 나있으면서 여행을 과정이라고 포장하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까닭은 이러하다. 게으른 내게 여행이 아름다웠던 것은, 스스로 생각키에 길에서는 배움이 자연적으로 연속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접 세계로 나아가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익힌다.


그러나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안다는 것에 그간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물었다. 안다는 것은 그저 정보의 업데이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앎으로 인해서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이라는 미명 하에 십 년 가까이 같은 삶을 살았다. 느끼는 바는 많았으나 딱히 변화랄 것은 없었던 것으로 반성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 여행을 미화하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올곧게 스스로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족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정진했다.


여행 중에 유일한 소통 창구는 SNS(와 존재감이 희미한 브런치)였다. 다만 인터넷 환경이라던지 속도가 지역마다 달랐기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전부 달랐다. 누리기에 곤란한 장애물이 생기니 생산성이 떨어져 흥미도 역시 떨어지고는 했다. 물론 그 흥미라는 것은 조금만 환경이 허락해도 금세 다시 회복되는 것으로 볼 때 업로드의 수량을 떠나서 스스로 어느 정도의 중독에 빠져있음도 인정해야 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머문 곳에서 한 발자욱만 물러나 관찰자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일은 통찰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시기적으로 인터넷에 범람하는 활자와 생각들의 바다에서 스스로 힘을 들여 노를 젓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일을 계속하니 커다란 대양(大洋)이 보였다. 파도와 사투하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힘을 들여 저 멀리 뚜렷하게 형체조차 알 수 없는 배들과 경쟁하는 일도 덧없는 일이었다. 그저 자연스레 바람과 바다의 흐름에 맞춰 노를 젓고 지척에 배가 있으면 안부를 묻고 또 각자의 항해를 하는 일이 무던했다. 무던하니 피로감이 줄어 항해를 즐기기에 좋았다.


덧붙이자면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자기(自己) 자랑하기를 좋아한다. 내 여행을 자랑하고 내 사진을 자랑한다. 내 생각을 자랑하거나 내 필력을 자랑한다. 내 성취를 자랑하고 내 일상을 자랑한다. 자랑은 끝이 없다. 자랑하는 일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나는 겸손을 그렇게 대단한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항상 실력 본위의 삶을 좋아했다.


다만 두 가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첫 째는 내, 나, 나의(I, my, me and myself) 하는 자기애는 외로움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소통을 위한 창구에서의 활동과 기록이 역설적으로 외로움의 파이(Pie)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외로움이 본질적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일시적인 피드백들이 그 공허한 자리를 메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축성(築城)과 같은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메꿔진 자리는 계속해서 같은 수량의 새로운 대체(代替)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둘 째는 앞서 바다와 배로 표현한 것을 다시 빌리고 싶다. 항구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항구에서 크고 작은 배들이 운송수단으로 쓰이는 것을 본다. 대양에 인접해 크고 너른 동선으로 서로 간의 간섭이 적은 경우도 있지만 수로가 좁아서 한 배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통로를 두고 주행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던 해상에서의 주행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배는 모두 진행하면서 새로운 파도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파장들이 무수하게 연결되어 새로운 파도를 만들기도 하지만 다양한 배가 일정한 간격과 거리를 주행해야만 하는 공간에서는 서로 간에 큰 간섭과 위험요소가 된다. 능숙한 항해사는 그 흐름을 잘 조절한다. 커다란 배를 지닌 선장일수록 그 배려가 신중하다면 그 바다, 혹은 항구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성찰의 깊이가 아직 미진하여 이 글 역시 나의 자기애의 발로(發露)이다. 내 지식과 내 생각과 내 깨달음을 자랑할 뿐이다.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뀌고 변화하길 원한다. 외로움과 공허의 공간을 좀 더 가까운 자들과의 의미 있는 시간으로 메꾸고, 자랑할 일이 있으면 너무 노골적이지 않되 시샘이나 피해가 없게끔 하고 싶다.


지껄이고 찍는 일이 나름 일생의 업(業)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 연장선(延長線) 상으로 생각하고 여행을 계속했다. 그 이기적인 자기애의 시간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는 차차 시간을 두고 증명해야 할 숙제라고 여겨진다.


방황을 허락한 시간과 그 속에서의 인연들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여행생각

#인생론


#여행자의삶


지난 여행을 마치며, 2019 @dalai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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