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032
전날 밤 미리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니,
이미 왁자지껄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개나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 건네준 맥주를 들고서는 함께 건배.
그렇게 한창 떠들썩할 무렵, 출국 비행기 편이 달랐던 일근이도 숙소로 잘 찾아왔다.
마주친 두 얼굴이 씨익 하고 웃는다.
각자 배정받은 침대에 오르니 취기 덕분인지 금세 잠이 들었다.
나는 게으르다.
하지만 여행하는 나는 매우 부지런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지는 몸을 다시 뉘었다.
게으름이라는 사치를 피우고 싶었다.
시간은 많다.
그래도 저절로 떠지는 눈을 막을 길이 없어
홀로 아침해를 맞으러 나갔다.
게스트하우스 골목 다음으로는 카페 골목이 있다.
방으로 돌아와 일근이를 깨운 뒤, 함께 골목 초입의 카페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발랄한 미소의 태국 아가씨가 능숙한 영어로 주문을 받고서는 총총 주방으로 사라졌다.
가만히 일근이랑 마주 앉아서 낯선 아침을 먹으니, 이제야 비로소 방콕이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정말 왔구나.
한숨 자고 나니까 금방 서울에서 방콕이다.
참 신기하지.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다시 한가로이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서는 밖으로 나갔다.
열대의 찌는듯한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세로
한껏 차려입은 두 명의 한국 여행자가 간다.
카오산 인근에 위치한 탐마삿(Thammasat) 대학에 다녀왔다.
차오프라야 강이 한눈에 보이는 카페테리아가 인상적이다.
학교를 두른 강물은 햇살에 반사되어 꽤나 멋지게 빛나고 있었다.
씨암 파라곤으로 나가서 드디어 유리(Yuri)를 만났다.
밝은 인상의 ‘라타나와디 님누안’양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한껏 들뜬 모습으로 우리를 미술관에 데려다주었는데,
태국의 예술- 특히나 불교 미술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놀라고 압도되어 버렸다.
위대한 것은 언제 어디에서고 위대한 것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