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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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사눌록에서 수코타이로 이동.
수코타이는 옛 번성했던 왕조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있다.
올드(Old) 시티로 들어가 동명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다.
방에는 2명이 최대 인원인 관계로, 션과의 동행은 자연스럽게 여기까지로 정해졌다.
오후에 도착했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서둘러 움직여야만 했다.
급한 마음에 저녁에 숙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사원터를 향해 달려갔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일근이는 길치에 방향치가 플러스된 녀석이라 고생을 좀 했을 것 같았다.
성급한 마음은 배려를 쉽게 지나친다.
사원들이 마을 전체를 광범위하게 뒤덮고 있다.
옛 영광은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눈에 보이는 근사한 풍경마다 담으려고 하다 보니 손이 너무 바빴다.
누가 내게 여행할 때 카메라를 가져가야 할지 묻는다면, 굳이-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꼭 사진을 남겨야 할 것 같으면 당연히 가져가야 하겠지만
고민을 할 정도라면 그냥 가볍게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카메라도 여전히 짐이다.
나도 다음 여행에는 가볍게 핸드폰 정도만 들고 떠나는 상상을 잠시 해봤다.
사람 욕심에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독일인 마커스와 오스트리아인 레나를 만났다.
자신들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탐닉하면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저녁을 먹으며 각자의 여행 이야기들을 써 나간다.
졸리다.
하루 종일 자전거 페달을 밟은 탓인지, 눈이 계속 감긴다.
이곳 도시도, 숙소도, 모든 게 너무나도 평화롭다.
이래서야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는 있을까.
하지만 모든 것이 조금씩 더 자연스러워짐에 따라서 여행자의 기분도 조금씩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