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는 밝다

#038

by J임스

#038


수코타이에서 람빵(Lampang)으로 이동.


어제 하루 종일 페달을 밟은 까닭인지 푹 잤다.

12시까지 터미널이 있는 신시가지로 가야 한다.


아침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커피는 언제쯤이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태국의 커피맛이 내게 좀 쓰다.


태국은 어떤 경로로 커피가 들어오고 소비되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038_1.jpg

사실 내가 이미 특정한 커피맛에 적응이 돼버린 건지,

아니면 실제로 이곳 커피의 품질이 다른 건지도 궁금하다.


좋다- 와 좋지 않다- 의 절대적 기준은 과연 있는 걸까.


신시가지로 들어가기 위해서 처음으로 썽태우를 탔다.

용달차량 같은 트럭 뒤 짐칸에 나무판자로 양 사이드 좌석을 한껏 마련해 놓았다.


숙소 주인이 20밧이라고 이야기했건만, 정작 기사는 30밧을 달란다.

이미 11시 30분, 흥정할 시간이 없으므로 그냥 군말 없이 차량에 올랐다.


038_2.jpg

시간에 쫓겨 터미널에 도착하니, 그새 버스시간표가 바뀌었는지 1시에 출발이다.

1시간이나 여유가 생겼으므로 인근에서 점심을 먹었다.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돌아왔더니 어제 만난 마커스와 레나도 같은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둘 다 치앙마이(Chiang Mai)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이쯤 되니 여행 자체가 즐거운 건지, 여행자들을 만나는 일이 즐거운지 모르겠다.


큼지막한 버스는 4시간이나 달려 람빵에 도착한다.

터미널에서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이내 유리가 환한 미소로 달려와 우릴 반긴다.


람빵은 유리의 고향이다.

유리가 운전하는 차로 집에 갔다.


람빵에 있는 동안은 유리네서 지내기로 했다.

동네 어귀에서 골목으로 들어서니 어머니가 문 안쪽에서 수줍게 서 계신다.


싸와디 캅!

어머니의 미소도 역시 유리의 그것과 꼭 닮았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고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니 아버지도 집에 들어오셨다.

살짝 취하신 모습으로, 하지만 막내딸의 애교가 귀여우신지 한참을 거실에 계시다가 들어가셨다.

부모님 덕분에 나도 금세 가족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공은 다르지만, 그래도 오빠라고 내가 밤늦게까지 유리의 숙제를 도와줬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여동생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그냥 포근해졌다.


일근이도 거실로 나온 참에 몇 마디를 거들다가, 주제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아예 눌러앉았다.

더 이상 숙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뜬금없이 민주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 두 아무개 씨의 깊어가는 밤을 통해

나는 인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급한 마음엔 배려가 모자란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