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042
다시 여행자.
길에 오르려니 막상 그동안 유리와 어머니의 환대가
얼마나 아늑한 것이었는지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떠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남겨진 자의 아쉬움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나는 이기적이지만 항상 먼저 떠나는 쪽을 선택해왔다.
어머니가 다시 또 길을 떠나려는 우리를 앉히고는 기도를 해주신다.
기도하시는 말씀이 무슨 내용인지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감정이 그리고 어머니의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감정이 한참 북받치고 있다가 어머니가 우리의 정수리에 입김을 불어주시는데, 그 따뜻한 진심이 너무도 진하게 느껴지는 바람에 그만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민망하게도 여행이 채 2주일도 되지 않았는데도,
그저 어머니란 존재와 그 이름 하나만으로 그냥 울어버렸다.
어머니는 다 똑같다.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신 우리네 어머니 마음보다 큰 사랑이 있을까.
말로도, 글로도 다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문을 나서며 그저 어머니의 두 손을 한번 꼬옥 잡고서 그렇게 집을 나섰다.
동년배 혹은 선후배와의 이별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기에 그렇게 슬프지 않은데,
어른들과의 이별은 항상 그렇게나 슬프다.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유리도 꽤나 서운한지 계속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본다.
사람이 만나고 또 헤어진다는 것의 의미는 뭔지 사뭇 궁금하다.
집을 나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바로 치앙마이로 향했다.
저녁에야 치앙마이에 도착했는데, 엄청난 규모의 주말시장이 한창이다.
마켓에서 우연하게도 산드라와 레나를 다시 만났다.
내일 숙소를 옮긴다는데 일근이가 우리 쪽으로 오는 건 어떠냐며 넌지시 말을 던져보았다.
싫지는 않은 눈치, 하지만 여행자의 내일을 누가 알쏘냐.
그렇지만 그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과 그 안의 진심이 여행의 묘미를 더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