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054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나가려고 보니,
어제 게스트하우스로 같이 왔던 일본인들과 독일인들은 벌써 없다.
좋은 자리를 놓쳐버린 것 같아서 허둥지둥 선착장으로 나갔다.
다행히 도착한 팀은 그 두 팀밖에 없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서로 다른 나라의 여행자들을 만나게 되고,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들을 자신이 만든 카테고리로 정리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일본인과 독일인의 근면성에 항상 고개를 끄덕이는 편이다.
대체로 그렇다- 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역시나 편견이란 무섭다- 라고도 생각해 본다.
오늘은 스페인에서 18년간 직장생활을 한 슬로바키안 여성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어제와 똑같은 자리.
서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배도 무던하게 항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다시 지루함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야기도 나눠보고 간식도 씹어보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훨씬 다채로워진 주변의 풍경이 그나마 위안을 해준다.
아이들과 카드게임인 ‘UNO’를 시작했다.
이 더치(Dutch) 아이들은 참 착하고 예의가 바르다.
부모는 이 아이 둘을 데리고 동남아시아를 여행 중이란다.
아버지는 사진가, 어머니는 여행을 하는 동안에 아이들의 교육을 맡고 있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어머니와 아이들의 수업이 매우 흥미롭다.
길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만나며 자라는 두 아이들의 미래가 왠지 궁금해졌다.
오후 늦게야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배가 천천히 물가에 멈춘다.
아름다운 석양이 온 도시에 걸쳐 나를 반긴다.
널빤지를 임시로 덧대어 배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다시 혼자-
미리 정해두었던 캡슐 호텔로 이동한다.
생전 처음 오는 이 도시에서도 내 몸과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목적지를 찾는 데는 채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야시장에서 가방과 바지를 샀다.
마을의 중심가엔 여행자들의 지갑을 유혹하는 온갖 물건들로 가득하다.
아야코라는 일본인을 만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 잘 맞지가 않는 것 같아,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내 헤어졌다.
저녁식사를 할 즈음이 되어서 숙소 앞에서 한 무리의 여행자들을 만났다.
다국적의 제니퍼, 구리, 셀마, 마리안이다.
야시장 구석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위한 자리가 아님에도 그대로 다들 리어카 옆에서 여행자들이 삼삼오오 식사를 한다.
거리낌이 없는 여행자들의 순수함이 오히려 무엇보다 근사한 저녁을 만든다.
인도계 미국인인 구리에게서는 인도에 있다는 친척들의 연락처를 받았다.
제니퍼와는 내일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