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보트를 타고

#053

by J임스

#053


간밤에 잠을 설쳤다.

무슨 잡다한 생각이 그렇게 많았는지.


밤새 몸을 뒤척이며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오늘은 실패다.


게스트하우스로 아침에 썽태우가 픽업을 나왔다.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점심식사를 챙겨서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에드워드와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한 것 같다.

아직 선착장엔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선착장에 일찍 나타나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배에 오르는 순으로 자리를 선택하기 때문에 장점도 있다.


배 맨 앞머리의 왼쪽 편 자리를 맡았다.

어제 검색해보니 오른편 자리에는 가는 내내 해가 들어온단다.


그리 크지 않은 배지만 엄청난 양의 짐과 여행자들을 싣고,

좁고 기다란 메콩강을 타고 빠른 속도로 잘도 간다.


DSC_5966.jpg

이 목조 배의 지붕엔 한 여행자의 오토바이까지 실었다.

뒤쪽 엔진룸에 잠깐 다녀왔는데 굉음을 내는 엔진 밑으로 물이 계속 차오른다.

두 명의 현지인이 번갈아가면서 계속 물을 퍼내고 있다.


설마 루앙프라방까지의 이틀을 저렇게 간다는 건가?


메콩강 좌우로 펼쳐지는 근사한 풍경도 잠시, 곧 지루함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몇몇은 이야기꽃을 피우고, 몇몇은 카드를 치고, 또 몇몇은 술판을 벌인다.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보트에 몸을 맡겼다.


오른쪽 자리에서 독일어가 들린다.

명랑한 독일 아가씨들 ‘Lina’와 ‘Anna’를 만났다.


안나가 내 사진기를 보더니 사진가냐고 묻는다.

답으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해서 기본적인 조작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녀는 곧 자신의 사진기와 호기심이 잔뜩 어린 얼굴을 함께 내밀었다.


이 배에서의 시간은 이미 내 인생에서 결정된 시간.

한 배에 오른 사람들과 나는 좋든 싫든 이틀간 서로의 삶을 공유해야만 한다.


배가 강 위를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돌아보니 온통 이야기로 가득 찬 이틀간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배는 중간에 빡뱅(Pak Beng)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밤을 쉬고 갔다.


에드는 미모의 영국 아가씨들에게 흠뻑 빠져서 하루를 보냈는데

이미 낌새를 알아차린 나는 새로운 인연인 리나, 안나와 함께 방을 구하기로 했다.


두 여자 사이에 불편하게 누웠는데 신기하리만치 금세 잠이 들었다.

전해 들은 바, 에드는 그 날 결국 누구와의 동침에도 실패하고 독방을 썼단다.


배신자의 최후는 초라하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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