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in 라오스 (Paradise Lost)

#058

by J임스

#058


드디어 루앙프라방을 떠난다.

제니퍼도 떠나고.


다시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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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보다 두려웠던 건 사실 멀미였다.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길은 여행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지옥의 커브가 계속된다.

버스 안이 유난히 고요하다.


다행히도 컨디션이 괜찮았는지 예민한 몸이 꽤나 잘 버텨주었다.


중간중간마다 눈이 감겼다 떠졌다-

좋은 사진들이 왔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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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과열된 건지 버스 뒤쪽에서 연기가 났다.

운전사가 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뛰쳐나갔다.


덕분에 하얗게 질린 얼굴의 여행자들도 버스 밖으로 하나둘씩 나와서 잠시 숨을 돌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세가 근사했다.

한숨 크게 들이켰더니, 산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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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에 걸린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이 뛰쳐나왔다.

도시에서 온 커다란 버스며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며

마냥 신기한지 작은 발로 이리저리 잘도 뛰어다니면서 낯선 이방인들을 쳐다본다.


반 시간 정도 지났을까, 버스는 다시 시동을 걸었고 이내 마을을 떠났다.

떠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아쉬움이 함께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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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길은 계속해서 나를 시험했으나 잘 견뎌냈다.

결국 방비엥(Vang Vieng)에 도착.


고요한 산속의 마을.

느낌이 참 좋다.


제니퍼가 추천해 준 숙소를 찾아갔다.

가격이 생각보다도 아주 쌌다.


다인실인 도미토리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마침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도미토리가 있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이곳에서는 당분간 조용히 쉬면서 체력을 충전을 하기로 한다.

그간의 기억들도 좀 정리하면서-


사람들 대신에 모기들이 나를 엄청 반긴다.


조용히 좀 쉬는가 싶더니만, 시끌한 무리의 유럽 남녀들이 내 도미토리에 들어왔다.

나를 보더니 혼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해줬더니 요란한 복장을 한 녀석들이 내게 어서 나오란다.

할로윈이라고-


서로 이름 따위도 묻지 않은 채로

그냥 모두 한데 뒤엉켜서

그렇게 몇 시간이나 떠들고 마셨다.


어느새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다.

밤이 이렇게 길고 깊었나 싶다.


누군가 이 방비엥에 대해서 말하기를,

‘영혼을 잃어버린 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영혼을 잃어버린 밤인지 천국에서의 밤인지,

아무튼 이렇게 인생의 단 하나뿐인 오늘이 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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