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비엥의 달

#059

by J임스

#059


새벽, 그리고 열한 번째 달.

시월의 마지막 밤이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마치 여느 모든 것과 같이 그렇게 끊임없는 무한으로 서로 이어지는 걸까.


할로윈과 술에 잔뜩 취한 유럽 친구들이 고요한 방갈로의 정적을 깬다.

영국인인듯한 억양이 들린다.


글쎄, 편견일지도 모르지.


시끌벅적한 소리는 점점 다가오더니 이내 내 방 앞에서 멈춰 섰다.

아무래도 방 앞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에 모두 자리한 것 같다.

술에 취한 건지 기분 탓인지 괜히 머리가 아프다.


깨어나기엔 이미 늦었으므로 그냥 자기로 했다.

덤덤한 기분으로.


일어나니 다들 잔다.

오늘 아침은 코골이 대회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었다.

평화롭고 좋다.


오후에는 오토바이를 빌려 블루라군에 갔다.

울퉁불퉁한 길을 가짜 혼다로 잘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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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꽤 많은 여행자들이 나와서 라군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홀로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서는 슬쩍 무리로 끼어들었다.


라군은 정말 시릴 정도로 푸르렀다.

가장 깊은 곳은 무려 5미터나 된단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라군을 위한 천연의 다이빙대가 되어준다.

몇 분 간격으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뛰어내리길 반복했다.


수영을 잘했으면 정말 좋았을걸.

나는 안타깝게도 나무에 매달린 그네에 그냥 앉아있다.


다이빙 자격증도 있는 주제에 나는 수영에는 정말 젬병이다.

다이버 강사도 일전에 내게 말하기를, 아주 가라앉길 위해 태어난 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물이 싫은 건 아닌데 아무래도 전생에 물고기는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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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반쯤은 물속에 잠긴 그네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에 가면 하고 싶은 일들이 갑자기 꽤 많아졌다.


오는 길에 린다와 시나를 마주쳤다.

이들도 역시 오늘 방비엥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자연스레 함께 저녁을 했다.


호주에서 이곳으로 여행 오면서 참 보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사람 사는 게 너무 다른 것 같다면서.


나도 가만히 한번 생각을 해봤다.

되려 나는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은 없겠지.

다만 살면서 보고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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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오니 여전히 내 도미토리는 텅 비어있다.

괜한 외로움이 들어서 새벽 내내 나를 괴롭혔던 친구들을 찾아가 인사를 건네 봤다.


누군가의 배낭에서 나온 정체 모를 위스키로 또 다 같이 왁자지껄하기 시작.

누군가는 맥주를, 누군가는 담배를, 나도 배낭에서 쿠키를 한 움큼 집어왔다.


그래도 오늘은 여전히 이상하게 외롭다.

새벽 밤하늘엔 늘 그렇듯 달만 홀로 가만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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