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065

by J임스

#065


잠을 또 설친 것 같다.


어제 다낭의 숙소에서 손바닥만한 바퀴벌레를 만난 후유증인지

나이가 먹으면서 잡생각이 점점 느는 건지

근래에 들어서 통 잠을 깊게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바호 인디언의 드림캐쳐(Dream Catcher)를 가지고 다니면서 침대 맡에 놓아볼까.


마을의 이국적인 정취는 오늘 아침 비가 오면서 다시금 묘한 분위기로 이어진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주욱 돌아볼 예정이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까지 나름 동네가 꽤 크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공기를 타고 페달을 밟는다.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더욱 호이안이다.


관광객들의 시선이 시가지에 머물러 있는 동안, 여행자의 시선으로 좀 더 먼 곳을 둘러본다.


아오자이를 입은 처녀들이 한 무리 나를 스쳐간다.

그들은 내게 수줍은 미소를 건네고 그렇게 금세 점점이 사라져 갔다.


이름 모를 어느 동네 어귀에서 미장원(으로 보이는)에 들러서 파마를 하기로 했다.

30만 동(1,500원 정도) 이래서 들뜬 마음으로 머리를 맡겼더니 샴푸만 해줬다.


어색하게 서 있는 그녀를 보니 아무래도 우리의 몸짓 언어에 오해가 있었나 보다.

그냥 기분 좋은 너털웃음으로 10만 동을 더 내고 드라이까지 하고 나왔다.


아마도 80년대 우리네 아버지들이 했을 그런 드라이.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그녀가 이제야 웃는다.


이 정도쯤이야, 뭐.

나도 환하게 그녀를 마주 보고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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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둑하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로비에서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일본인 여성이 서성이고 있다.


아키는 일본에서 귀농이 한창 유행할 때,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했다고 했다.

다만 그녀는 농촌으로 농사가 아니라 그녀의 카페를 가지고 갔다.


지역의 농민들과 소소한 삶의 즐거움을 나누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 중인 그녀가 꽤나 멋져 보였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내일 길을 떠나 곧 일본으로 돌아간다길래, 아쉽지만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그렇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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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주인장에게 근방에 마사지를 받을만한 곳이 있는지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잠시 수첩을 뒤지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이내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가 스쿠터를 타고 숙소로 나타났다.

서비스가 참 좋구나- 라고 생각하고 아가씨 뒷자리에 얌전히 앉은 채로 샵에 따라갔다.


그리고 약 한 시간 후, 예상치 못한 서비스에 놀라서 황급히 샵을 도망쳐 나왔다.

로비에서 다시 만난 주인장의 미소가 처음으로 사악해 보였다.


아무래도 오늘도 편히 잠들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언제나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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