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이 처음 만나면

#070

by J임스

#070


더위가 아침을 가져갔다.

오전에도 샤워를 몇 번이나 했다.


관석이가 연락이 와서는 한국에서 소개해주고 싶은 친구가 왔다고 했다.

셋이서 낮술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규호 군은 우리와는 동갑내기인 친구로 선생이라는 안정적인 미래를 마다하고

역시 사진사인지 여행자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청년이다.


관석과 규호는 사진을 매개로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이로, 사실 둘도 함께 자리하기는 오늘이 처음이란다.


낯설다면 낯설은 세 남자가 어색하게 프놈펜 시내에서 조우했다.


가장 익숙한 관석의 가이드에 따라 한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우리 모두 소주가 필요하다는 무언의 동의가 있었으리라.


벌써부터 멋진 하루가 될 것 같군.


마치 커다란 기관차가 출발하듯 천천히 시동이 걸린 우리들의 대화는, 어느덧 수다로 이어진다.

사진과 예술, 역사와 인문학의 흐름을 넘나드는 두 청년의 대화에 그저 감탄에 또 감탄할 뿐이다.


이 녀석들, 정말이지 멋진 걸!


모든 세대가 저마다의 장점이 있겠지만 내 세대의 장점을 꼽자면,

밀레니엄(세기말)을 통과하면서 생긴 색다른 내성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경험한 감성과 지식이라는 축복일 것이다.


이 두 남자는 그 모든 장점을 아주 적나라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까지는 아무래도 내가 졌다- 라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온몸으로 구석구석 행복한 미소가 번져간다.

세 남자는 반나절 만에 지인에서 친구가 되었다.


술에 취한 관석이는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여행사를 찾아서 버스표를 끊어줬다.

내일은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서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Siem Reap)으로 간다.


관석이에게는 신세를 많이 졌다.

규호는 본인도 여행 온 주제에 첫날부터 모든 계산을 도맡아 하는 아량을 보여줬다.


한국에 가면 갚아야 할 빚이 점점 늘어난다.


비록 몸은 다시 떠나지만, 좋은 우정을 가슴에 담아 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캄보디아 특급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