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mile

#072

by J임스

#072


아침에 누군가 거칠게 방문을 두드린다.

쿵쿵쿵-


반쯤 감긴 눈으로 나가보니, 규호다.

그는 태국에서 열리는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국경을 넘어가는 길에 이 곳에 잠시 들르기로 한다.


일전에 앙코르와트에 와 본 적이 있는 규호를 따르기로 했다.

함께 뚝뚝을 잡아타고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앙코르와트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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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숲길을 달리는가 싶더니 멀리서 해자가 보인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해자 뒤로 희미한 형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앙코르와트다!


오랫동안 꿈꾸던 일이 이렇게 하나 또 이루어진다-

라고 생각하니 설렘은 더욱 거세졌다.


자라면서 쌓은 꿈들을, 나이가 들면서는 이렇게 하나씩 지워가며 살아가는가 보다.

그 종착점은 어디일까?


이루어진 꿈, 그 자리엔 새로운 꿈이 자리를 대신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사람은 어릴 때 정한 꿈의 크기대로 살아가는 걸까.


반나절밖에 여유가 없는 규호를 배려해 바이욘(Bayon)부터 갔다.

뚝뚝 기사는 본인의 가이드대로 따르지 않는 우리가 꽤나 못마땅한 듯했다.


바이욘 사원은 사면상으로 대표되는 곳으로,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규호가 왜 바이욘 사원부터 찾았는지 알 것 같았다.


거대한 사면상들이 저 높은 곳에서부터 미소 짓고 있었다.

사람이 부처를 만들어 놓았는지 부처가 사람을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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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욘과 그 근처의 사원들을 함께 둘러본 다음, 뚝뚝 기사인 훈과 약속한 장소로 돌아왔다.

근처의 상인에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사서 훈에게 건네줬는데 기분이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규호와 점심을 먹으러 앙코르와트를 나와 ‘대박’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으로 갔다.

이번엔 반드시 내가 내려고 하는 것을, 짐을 맡아준 대신이라며 녀석이 또 계산했다.


내가 한 번이라도 멋질 기회를 안 준다.

두고 보자.


숙소로 돌아와 규호는 바로 국경을 향해 떠났고, 나는 남아서 홀자 로비로 나왔다.

아무도 없고 금세 무료해져서 직원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다윈(Darwin)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직원과 금방 친해져 서로 몸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보았다.


콜라를 한잔 사줬더니 그녀가 에어컨이 있는 방이 있다고 싸게 옮겨주겠다고 한다.

아, 이런 정도의 친절은 비록 사치라도 받아야 하겠지.


방을 옮기고 보니 몸도 마음도 이내 시원해졌다.


내일은 자전거를 빌려 앙코르와트에 가기로 했다.

다윈은 재차 거리가 너무 멀다고 뚝뚝을 타기를 권했지만,

에어컨 바람을 맞는 대가 정도- 라고 말해줬다.


괜히 그녀가 미안한 표정을 짓길래 농담이라고 말해줬다.

농담인 게 농담이지만-


그래도 뚝뚝 기사에게 미안할 것 없이, 내 속도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진짜 외계인과 나의 숨바꼭질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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