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India

#077

by J임스

#077


마침내 인도.


하마터면 못 갈 뻔했다.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는데, 천만다행으로 혹시나 해서 맞춰둔 비상 알람 소리에 깼다.


허겁지겁 버스정류장으로 나가니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민경 씨가 잔뜩 화난 얼굴로 서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의 노선이 바뀐 건지 아니면 우리가 찾지 못하는 건지 계속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사색이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더 늦기 전에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얼마 못 가서 택시가 시내 한복판에서 꼼짝을 못 한다.

택시 기사가 자꾸 뭐라고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라디오를 켜줬는데, 라디오에서 ‘오바마’와 ‘쭐라’라는 단어가 들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태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마도 지금쯤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 중인 것 같다.


그제야 기사가 계속 공항으로 가는 도로가 폐쇄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는 걸 이해했다.

뒷좌석에 앉은 나와 그녀의 얼굴이 곧바로 하얘졌다.


멈춰 선 택시 안에서 수분 간 그녀와 나의 표정은 다양하게 하지만 꼭 같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인도에는 갈 운명이었는지, 갑자기 정체된 차량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통제가 풀렸다.

급한 마음을 아는지, 기사는 정말이지 맹렬한 속도로 공항까지 우리를 날려주었다.


아침부터 예기치 못한 이벤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서둘러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나서야, 인도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크게 한숨을 들이켜고 주위를 돌아보니 벌써 여태까지는 본 적이 없는 많은 수의 인도인들이 있다.

아니 민경과 나를 빼고는 거의 모두가 인도인들이었던 것 같다.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비행기는 훌쩍 이륙해 어느새 인도로 왔다.


인도에 왔다.

그 거대한 땅 북동쪽에 위치한 콜카타(Kolkata)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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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많은 정보를 알아본 민경 씨가 서더 스트리트(Sudder Street)로 간다고 하길래 나도 따라갔다.

짐을 가지고 공항을 나오는 길에 일본인 토사와 타이키, 콜롬비아에서 온 에드워드를 만났다.


같은 여행자들이라 조금 어색한 눈빛을 주고받고서는 이내 같이 움직였다.

서더 스트리트에 도착하니 마치 이곳의 인도인 모두가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았다.

다만 환영하는 방법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점이 큰 문제였지만.


거절하고 또 거절해도 밀려드는 노숙자며 릭샤꾼들을 당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다행히 토사에겐 인도가 초행길이 아닌 덕분에 서더 스트리트에서부터 우리를 이끌었다.


민경 씨는 일찌감치 본인이 예약한 숙소가 있다며 그리로 갔다.

비용을 물어보니 나 같은 여행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그냥 그렇게 헤어졌다.

남은 남자 넷이서 방을 구하려고 거리를 거의 한 시간이나 돌아다닌 것 같다.


마음에 드는 가격이라서 숙소로 들어가 보면, 아무리 가난한 여행자라도 이건 힘들겠다- 였고

방이 마음에 들었을 땐, 여지없이 주인들은 예상과는 한참 다른 높은 금액을 부르며 우릴 압박했다.


인도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첫날부터 이렇게 금방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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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남자 네 명이 모두 비슷한 수준의 여행자였기에 좀 더 돌아보기로 하였다.

결국엔 토사가 찾아낸 곳에서 적당한 가격과 정도로 타협하여 숙소를 정했다.


더블룸에 각각 250루피씩.


토사와 내가 한 방을, 그리고 타이키와 에드워드가 한 방을 쓰기로 했다.


방으로 들어온 토사는 배낭에서 무언갈 꺼내더니 불을 붙여 태우기 시작한다.

나보다 세 살이 많은 이 일본인 친구는 어느덧 느긋하게 몸을 침대에 뉘이며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한 대, 그리고 또 한 대.

두 대를 연이어 핀 그는 방을 연기로 한가득 채운 후에야 내게 말을 걸었다.


“Welcome to India.”

“Enjoy but be careful.”


본의 아니게 옆 침대에 누워서 한참 연기를 맡은 나는 그 기분 탓인지, 토사가 건넨 말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찼다.


내일부터는 이제 인도에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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