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도착

#081

by J임스

#081


눈을 떠보니 아침햇살이 열차칸에 가득하다.

아래 칸을 힐끗 내려보니, 사람들은 어느새 침대칸을 정리하고 자리에 다 앉아있다.


여기서도 게으른 건 나뿐인지.


달리는 차창의 풍경이 왠지 익숙하다.

예전에 잡지나 사진에서 한 번쯤 봤음직한 그런 풍경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나도 지상 칸으로 내려가 사람들 옆에 나란히 앉았다.

다들 짜이를 마시길래, 나도 지나가는 상인에게 짜이를 한잔 부탁했다.


그들은 멀리서 온 이방인이 눈치껏 그들을 따라 하는 모습이 기특했는지

다들 옅은 미소를 내게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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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치익-

열차는 육중한 몸을 서서히 멈추고 있었다.


바라나시(Varanasi) 역에 드디어 도착.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콜카타에서와 같은 실수들은 하지 말아야지.


바라나시에서 삼일 정도 머물고 이동할 요량으로 창구에서 미리 표를 예매하려고 한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 바라나시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데오 디왈리(Dev Diwali)가 다가오는 28일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정을 생각하면서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축제를 치르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에서 온 여행자들을 만나서 함께 시내로 들어왔다.

오토(Auto) 릭샤 운전사가 아주 괜찮은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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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친구들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다시 배낭을 메고 숙소를 나갔다.

비록 저녁에는 어색하게 다시 로비에서 마주쳤지만.


열차여행 내내 괜히 긴장한 탓인지, 짐을 풀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곯아떨어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이미 방안이 캄캄했다.

벽을 더듬어서 불을 켰다.

벌써 밤인가 보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여섯 시가 다 되었다.


대충 옷을 고쳐 입고 로비로 내려가서 식사를 했다.

바라나시에서의 숙소는 이곳으로 충분하겠다- 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름 훌륭한 식사를 내어주었다.


다만 이곳은 갠지스 강가의 가트(Ghat)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게 흠이었는데,

걷기를 워낙 좋아하는 성격 탓에 그마저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천천히 걸음 하여 갠지스 강 쪽으로 나갔다.


거리에는 사이클 릭샤와 오토 릭샤, 자동차 등이 한데 뒤엉켜 복잡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제 갈 길을 잘 찾아가는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나도 내 길을 따라서 주욱 걸어가니 구시가지의 중심인 고돌리아(Godaulia) 사거리가 나왔다.

커다란 표지판이 각각의 가트와 목적지로 가는 방향을 알려준다.


일단 가장 메인이 되는 다샤스와메드(Dasaswamedh) 가트를 구경하기로 했다.

곧장 직진.


멀리서 주문과도 같은 기도음이 들려온다.

한걸음 더 나아갈수록 거대한 군중의 간절한 음성과 북소리에 종소리까지 더해진다.


강가를 향하는 길에는 이미 좌우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도하는 자, 병든 자, 가난한 자뿐만 아니라, 저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가진 자들이 무수하다.


힌두교 의식인 아르띠 뿌자(Arti Pooja)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선두에 선 제사장들의 엄숙한 몸짓에 괜히 나도 마음이 조심스러워졌다.


한꺼번에 밀려오는 생각의 파도에, 금세 머리가 복잡해졌다.

괜한 생각보다는 눈 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광경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의식이 끝나고서도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기억을 몇 번이고 돌려 봤다.

내가 방금 봤던 것들을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혼잡했다.

그래도 여전히 모두는 제 갈 길을 간다.


골목 어디선가 크게 음악소리가 들려서 다가가 보니 결혼식 행사를 하고 있었다.

신랑 신부를 태운 차량을 뒤로하고, 선두에선 가족과 친지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춤판을 벌인다.


흥겨운 정도를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혼과 열정을 다해 사랑하는 이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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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친구라는 이와 눈이 마주친 나는 어느새 그들의 틈에 뒤섞여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여행자의 얄팍한 경험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아마도 정신줄을 잠시 놓은 듯하다.


나 자신과 체면 따위는 잠시 잊은 채 미친 듯이 춤판으로 뛰어들었다.


아무래도 인도에 오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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