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
#082
밤새 아팠다.
미칠듯한 고열, 복통과 온몸을 조여 오는 근육통까지.
드디어 왔구나.
인도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심하게 앓는다더니, 이건가 싶었다.
하지만 정도가 너무 심했다.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독방에서 홀로 어둠에 갇혀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신음했다.
혼미한 상태로 상비약을 통째로 꺼내 뭔지도 모르고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길고 긴 밤이 계속되었고 이윽고 찾아온 아침이 밝았으나,
나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사경을 헤매며 고통에 잠겨있었다.
약과 잠에 취해 그렇게 또 반나절을 보낸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한국을 떠난 뒤, 처음으로 심각하게 귀국을 고민했다.
이번 여행은 정말 끝까지 해내고 싶다.
하지만 몸상태가 너무도 엉망이었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조차 개인의 욕심을 먼저 끄집어낼 정도로
인간의 의지는 참으로 이기적이고 처절했다.
숙소 밖, 아니 문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하루 온종일을 홀로 씨름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염치없게도 이럴 땐 없던 신앙도 생긴다.
작은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마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것처럼 애써 외면하고 싶은 나의 몸상태에
그냥 눈을 질끈 감고서 깨끗이 낫기를 기도하며 다시 잠을 청한다.
꼭 감긴 두 눈에 왠지 어두컴컴한 방 안의 실루엣들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