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A와 SL의 사이에서

#080

by J임스

#080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

몸에서 열이 많이 났다.


오전 내내 쉬다가 토사와 함께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맡기려고 하니 이제는 꽤 익숙해진 얼굴의 포터가 당당하게 팁을 요구한다.


마침 짐이 도대체 줄지 않아 벨트를 하나 팁 대신에 건네줬더니 금세 휙- 하고 내 손에서 채어간다.

맞지도 않는 허리띠를 커다란 자신의 바지춤에 억지로 욱여넣었다.


그리고서는 내게 아직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요상한 허리춤을 보여줬다.

사실 원래 내가 주려고 했던 건, 덩치 큰 그의 옆에서 수줍게 서 있는 저 자그마한 청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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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메모리얼은 오늘도 역시나 웅장했다.

어떻게 순수한 인간의 힘만으로 이렇게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빅토리아 메모리얼 옆에는 이름 모를 큰 공원이 하나 있었는데, 교통비도 아낄 겸 걸었다.

보이는 것보다 공원은 꽤 컸고 덕분에 괜히 더위를 좀 먹은 것 같다.


몸상태가 계속 좋지가 않았다.


서더 스트리트로 돌아와 인터넷 카페에서 바라나시(Varanasi)에 대한 정보를 한참 들여다본다.

표를 구하러 여행사로 가는 길에 에드워드부터 민경 씨, 미호, 토사를 차례로 다 만났다.


아무래도 여행자들은 숙소가 몰린 이 구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덕분인지,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계속 마주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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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어 짐을 찾아서는 버스를 타고 하우라(Howrah) 역으로 갔다.

퇴근시간과 맞물려 이 낯선 여행자의 어색한 몸뚱이와 큰 가방이 사람들에게 꽤나 민폐였던 것 같다.


하우라 역에 도착하니 끝없이 펼쳐진 사람들의 행렬에 새삼 인도의 매력이 느껴졌다.

인도 여행의 시작과 끝은 열차여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불편함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여행자의 정석이라는 슬리퍼(Sleeper) 칸을 미루고 3A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인도 여행의 아마추어는 3A를 타면서도 혼자만 불안에 떨었다.

후에야 인정사정없는 냉방 덕분에 차라리 슬리퍼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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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윗자리 좁은 침대칸에 몸을 구겨 넣으며 잠을 청했다.

지갑과 핸드폰을 내 몸 구석 어딘가 깊은 곳에 숨겨놓은 채, 더 웅크릴 수 없을 때까지.


그렇게 서투른 나의 인도 여행은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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