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

#084

by J임스

#084


약이 독해서인지 되려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덕분에 증상들은 꽤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스트레칭도 좀 하고, 가만히 앉아서 어제 버닝 가트에서 봤던 장면들을 떠올려본다.

역시나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오늘도 출근하듯이 라가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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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라나시에서는 사실 크게 할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종종 가트를 탐방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또다시 릭샤를 탔는데, 묵묵히 자전거를 끄는 릭샤꾼의 뒷모습에서 한 인간의 묘한 오라가 느껴졌다.

그의 인생과 이야기들이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에는 세 명의 한국인들이 앉아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조심스레 다가가 소개를 하고 무리에 섞였다.


나는 오늘 이상하게 말이 없었는데, 아마도 그게 되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효과가 있었나 보다.

사람은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걸까- 하고 괜히 본질과 마스크(Mask)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다.


오후에는 갑작스러운 비보를 들었다.

갠지스 강에서 익사한 한국인 여행자가 있다고 한다.

운명의 얄궂은 장난인지, 그것도 버닝 가트 근처에서.


나를 포함해서 소식을 들은 모두가 잠시 각자의 생각에 빠진 듯했다.

비록 얼굴은 모르지만 그의 영면을 진심으로 빌어주었다.


골목을 탐방하고 돌아와 라씨 숍에서 다시 은주 선배와 일행을 만났다.

반가움으로 시작해서 선배님과 함께 세 시간 정도를 다양한 화두로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화장터에서 본 삶과 죽음의 광경을 ‘돌아가셨다’라는 우리말 표현에 빗대어 설명을 들었는데,

결국은 위상의 차이일 뿐 그 본질은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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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20대나 30대, 40대, 50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스스로의 인생에 화두를 던지며 여행을 하고 있었다.


길 위에 있던지, 그저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있던지,

옳고 그름이나 정답을 떠나서 끊임없이 진리를 탐험하는 인간의 지성은 얼마나 고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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