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들다

#085

by J임스

#085


아침으로 ‘English Breakfast’를 주문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그럴듯한 서양식을 내는지는 미처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이 곳에서 좀 더 머물렀을 수도 있었겠다.


축제 전날이라 일찍 나가보려고 했으나, 또다시 게으름으로 실패.


식당에서 호주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을 만났다.

앤드류(Andrew)는 쉴 새 없이 그의 생각을 풀어놓는 아저씨였다.


그는 시종일관 진지한 눈빛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급기야 본인의 가방을 잠시 뒤지더니 내게 CD를 건네준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 번 살펴보고 소개해 줄 만한 영화제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어느덧 시계가 세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운동이나 할 겸해서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해는 이미 많이 기울어져 있다.


가만히 한 시간 정도 옥상에서 지는 해와 시가지의 모습, 골목과 골목들,

그리고 그 사이로 종종 보이는 사람들, 자전거를 탄 아이들, 무심한 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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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순간 마치 인도가 오랫동안 좋았던 것처럼.


끊임없이 빵빵- 대는 경적소리도 도시의 자욱한 먼지와 석양에 가려서 점점 잦아든다.

지붕 곳곳에서 저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며 그렇게 황혼을 맞이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이 느릿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관찰되는 듯하다.


이제 조금은 인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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