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시티, 임종욱 씨

#088

by J임스

#088


지난밤 조드푸르(Jodhpur)로 향하는 기차는 꽤나 늦게 출발역에 도착했다.

연착에 연착을 거듭한 덕분에, 예정된 새벽이 아니라 아침이 되고 나서야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럭키(L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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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시티(Blue City)라는 조드푸르,

역에서 나오자마자 릭샤꾼이 다가와 임종욱을 찾으러 왔느냐고 물어본다.


김종욱(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배경이 된 도시)이겠지.

나는 아직 나도 못 찾았다.


버스를 타고 이 도시의 여행에서 시작점이 된다는 시계탑(Clock Tower)으로 갔다.

시계탑이 있는 구시가지에 도착하니 저 멀리 마치 그림처럼 붉은 성이 커다랗게 보인다.


메헤랑가르 요새(Meherangarh Fort)다.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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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탑 근처에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오믈렛 가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점심을 해결했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메모를 남긴 코멘트 북(Comment Book)이 있었는데,

다시금 길 위에 오른 자들의 자취가 이렇게 여전히 조드푸르에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더욱 여행자스러운 마음가짐이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또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루프탑에서 메헤랑가르 요새가 한눈에 보이는 근사한 곳을 발견했다.


짐을 풀고서 샤워를 한 뒤, 다시 옥상으로 올라오니 한국인들이 있다.

그러고 보면 항상 좋은 곳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있다.


여행에서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한국인이 많은 숙소는 언제나 믿고 지낼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이들과 섞이기 전에 혼자 도시를 구경해보고 싶어서 카메라를 메고 거리로 내려왔다.

좁은 골목을 헤매듯 탐험한다.


이내 여행자보다 더 대담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것도 매 골목과 골목에서.


내 손에 꼬옥 쥐어진 카메라를 본 사람들은 마치 모두가 그러기라도 약속한 마냥

속도를 점점 늦추다가 이윽고 멈춰 섰다.


마치 그들의 시선이 카메라라도 되는 것처럼 나 역시도 멈춰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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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돌아봐도 라자스탄(Rajasthan)의 사람들에겐 좀 더 특별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 매혹되어 한참을 방황한 다음 숙소로 돌아왔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고 인도로 건너온 재형 군과

그의 여자친구가 동행을 허락해 함께 메헤랑가르 요새를 둘러보기로 했다.


해가 조금씩 저물어 가는 게 아주 완벽한 타이밍이 될 것 같다.


요새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대했는데,

엄청난 경사에 대담하게 지어진 성벽과 웅장한 규모가 계속 우리를 감탄케 만들었다.


성벽에 오르니, 블루 시티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 도시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 카스트제의 최상위 계층인 브라만(Brahman)을 상징하는 색으로 지금은 집집마다 칠해져 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겠지- 라고 생각하니 또다시 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

세상은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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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다 아무런 말 없이 도시와 지는 해를 번갈아 쳐다본다.

도시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연기와 먼지 자욱이 신비함을 더욱 증가시켰다.


뭔가 가득 찬 마음으로 요새를 내려왔다.

그 날의 석양은 이상하리만치 꽤나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요새를 내려와 숙소 옥상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도시는 황금빛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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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하면서 한국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국경의 자이살메르(Jaisalmer)를 다녀온 후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좋은 숙소를 추천받았다.

재형 군네 커플은 이곳에서 조금 더 쉬고 이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아예 자이살메르로 넘어가서 쉬기로 결정-

밤기차를 타고 그리도 기대하던 자이살메르로 간다.


웬일인지 조드푸르의 석양이 계속 떠올라 쉽사리 눈이 감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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