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7
#087
새벽에 도착한 아그라.
빨갛게 달아오른 해가 열차 차창 밖으로 떠오른다.
급한 마음을 눈치챘는지, 기차도 마지막 속력을 낸다.
뿌옇게 안개가 먼저 아그라에서 나를 기다렸다.
안개 낀 타지마할을 상상하니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걸음이 빨라졌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한산한 매표소에서 750루피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커다란 남문이 보인다.
맙소사, 성문 너머로 순백의 타지마할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다 걷히지 않은 안개는 오히려 타지마할의 고결함을 더욱 드높이는 듯했다.
하얗게 이를 드러내고 그대로 웃어버렸다.
갑자기 터져 나온 내 웃음소리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여기저기서 연신 터져대는 셔터 소리를 들으며,
마치 연예인처럼 그렇게 타지마할은 우뚝 서 있었다.
오전 내내 타지마할을 구경했다.
사실 구경이랄 것도 없이, 그저 저 미칠듯한 아름다움에 한없이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속의 꿈을 또 하나 자연스럽게 정리했다.
머스트 씨(Must-See) 타지마할, 미션 완료!
계속 있다 보니 역시 이곳에서도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심각할 정도로 만족감에 푹 빠져버린 채로 ‘빛의 궁전’을 빠져나와, 아그라 포트(Fort)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그라 포트에 도착해서도 테라스에 올라서는 멀리 타지마할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두 눈 가득 저 지독한 아름다움이 과연 신기루는 아닌지 괜한 의구심이 들었다.
고아(Goa)로 향하는 기차표를 끊었다.
대기번호 50번.
그리고 다시 기차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