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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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푸르로 오는 기차에서, 타이타닉 루프탑 식당을 방문했던 일본인 미남 3인방 중의 한 명을 만났다.
가는 곳이 공교롭게도 다이아몬드 호스텔이란다.
형준이 일행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새벽에 딱히 구경하고 싶은 곳도 없었고, 무엇보다 다시 친구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 역에서 내려 오토(Auto) 릭샤를 타고 다이아몬드 호스텔을 찾아갔다.
이른 새벽이라 데스크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형준이 녀석이 눈을 비비며 형 목소리가 들린다며 방에서 나왔다.
그대로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사람 사이의 기쁨과 관계가 주는 행복은 얼마나 단순한 것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또 얼마나 자주, 그리고 쉽게 이 아름다운 행복을 잊어버리고 마는가.
일분이 채 안돼서 민희와 아영이도 방에서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눈도 잘 못 뜨는 녀석들을 다시 재우고 옥상에 올라가 홀로 일출을 보며 하루를 맞는다.
아홉 시 즈음, 하나 둘 옥상으로 올라와서 짜이를 순서대로 한 잔씩 시켜주었다.
그래도 선배라고 차는 한잔 사고 가야지 않겠나 싶어서-
본인들 하루 일정도 포기하고, 이 뭐 딱히 대단치도 않은 형이 갈 때까지 같이 놀아주었다.
참 고맙다.
아이들에게 이틀 만에 또 두 번째 작별인사를 하고는, 조드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오늘은 뭄바이행 비행기를 탄다.
기차여행만 하다가 오랜만에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에 설렌다.
도시 외곽에 떨어진 공항은 생각보다 경계가 삼엄했다.
그리고 승객들도 확실히 기차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잠시나마 굉장히 호화로운 사치를 부리는 기분-
비행기는 상념에 채 잠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이내 뭄바이(Mumbai) 공항에 내려놓았다.
내리자마자 도시의 규모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인도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당혹감을 주었다.
아, 여기가 바로 뭄바이구나.
뭔가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어렵사리 전철을 잡아타고 센트럴(Central)로 갔다.
센트럴에는 지금 한국에서 후배가 와있다.
아끼는 후배인 소영은 취업을 앞두고서 인도 여행에 도전을 해보고자 한단다.
일정과 동선을 맞춰서 같이 여행하기로 했는데, 그녀는 아마 어제쯤 도착했을 터이다.
연락이 되질 않아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만나기로 했던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갸웃한다.
심히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손발 짓으로 더 이야기를 해봤더니,
그제야 기억이 난 듯, 혼자 온 동양인 아가씨가 있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보니, 소영이가 문에 안전고리를 잠근 채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이내 내 얼굴을 보고는 그녀도 경계하던 표정을 풀고 환한 미소가 된다.
짐을 풀고 그녀에게 그간의 여행담을 들려주었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신나기는 매한가지다.
이렇게 다시 새로운 여정과 인연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