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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11 - "아침단상"

알제이야기

"옛 이야기"


10년전 아프리카 라고스에서 주재생활 할 때 이야기이다. 처음 주재라 경험 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던 시기이기도 하다. 아침에 그 때의 생각이 나서 글로 남겨 볼려고 한다.


처음 부임했을 때 법인장이 불러서 여기 친구들은 우리의 업무방식을 잘 모르니, 고삐를 꽉 쥐고 푸쉬를 해야 업무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주재교육 받을 때는 현지화를 통해서 우리가 현지인들이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친구들이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주재원의 역할이라고 배웠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머릿 속에서 혼란이 왔다. 당시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에 알았다고 이야기는 했으나, 뭔가 찜찜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법인장과 같이 3개월정도 일하고 나니, 이 분이 무슨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법인장은 현지 친구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본인 목표 숫자를 적어도 2배이상 부풀려서 현지 헤드에게 내려 준다. 현지 헤드는 시장 및 경쟁사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숫자는 달성 불가능하다고 나름 열심히 방어하지만, 법인장이 소리지르고 압박하여 일단 계획을 다시 수립하게 한다. 아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법인장 자리까지 왔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일하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현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본사에서 내려준 경영계획 기준으로 모두 초과달성하게 숫자를 세팅해 준다. 일반적으로 현지인들 MBO는 경영계획 수립한 숫자 기준으로 설정을 해서 분기별 인센티브를 주는데, 목표 설정이 경영계획이 아니라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를 세팅하여 현지 부서원들의 사기를 꺽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법인장 입장을 대변하는 선에서 일을 했으나, 도저히 이것은 아니다 싶어서 몇 번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더니, 나에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라고 하며, 라떼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분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현지 헤드와 법인장 사이의 갈등은 사무실에서 늘 고조 되었고,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가 지속 되었다. 결국은 부서에서 제일 엘리트인 제품 PM이 퇴사를 했다. 지난 4년간 법인장과 같이 일하면서 본인도 어떻게든 맞출려고 했는데, 이제는 스트레스가 너무 극에 달해서 업무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사람이 이정도로 힘들어 하는데, 법인장은 사람은 또 채용하면 되니 잘 보내주라고 한다.


회사가 업무와 성과로 평가하고 움직이는 조직이기는 하나, 적어도 인간미는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무시하고 숫자만 강조하는 그런 문화가 싫었다. 불통의 반대말은 경청이 아닐까 생각한다. 얼마나 이야기를 안 들어 주면 소통이 안될까 생각하면 경청만 잘해도 문제의 대부분은 해결이 가능하다. 듣지않고 평가하고 밀어붙이고 없는 답을 만들어 내게 강요하고, 이런 일들이 1년이상 지속되면서 조직의 피로도가 쌓여서 한두명씩 퇴사하기 시작을 했다.


그래도 법인장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일상의 보고서에는 목표 미달성의 커버하기 위해셔 거짓된 내용이 들어가더니 어느 순간 레포트는 진실과 거짓이 너무 뒤엉켜서 풀지 못하는 경우까지 왔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를 더 이상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결국은 법인장과 몇 번의 의견충돌로 인사에 메일을 써서 도와 달라고 했었고, 인사에서는 내부적으로 잘 풀어 보라는 회신이 왔다. 힘없은 품목 주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때 배운 것이 있다. 장사는 현지에서 현지사람들이 해야지, 어설프게 한국사람이 개입하여 목표 지향적으로 운영하면 많은 이슈가 생긴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유통재고와 거래선 제무 이슈로 1년 장사를 마감했던 기억이 있고, 그 후유증 다른 문제를 야기 했었다.


장사는 어떤 보스와 일하느냐에 따라서 성공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아무리 팀원들이 일을 잘해서 잘못된 보스를 만나면 처음에는 일이 잘 흘러 가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은 조직이 리더의 압력으로 붕괴하게 된다. 나이들면 꼰대가 된다고 하는데, 꼰대 마인드는 조직을 갈아 먹는 안 좋은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 일할 때는 현지 헤드를 리스펙트하면서, 상하 관계가 아닌 등반자로서 서로를 신뢰하면서 밀고 끌어 주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고, 서로 당기기만 하거나 밀기만 하면 결국은 뿌러지고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는 것과 같이 유능한 인재는 절을 떠나기 마련이다.


아프리카 시절 참으로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오늘의 일출

추억을 뒤로하고, 출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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