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출장자 J님이 왔다. 이번 주에 알제리 휴무가 있으니 10월초에 왔으면 좋겠다고 몇 번 요청을 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을 들어서 결국은 출장을 오셨다. 무리하게 진행한 것에 대해서 화가 났고, 처음 출장 오신 분인데 면전에서 나의 감정을 다 들어 내고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지나니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와 감정을 섞는 것은 결국 후회로 돌아온다. 우리가 서로 친구 사이가 아닌데, 업무적으로 하면 될 것을 거기에 감정을 실어 버리니 서로 대면 대면하면서 처음 만난 사이에 첫인상만 안 좋아 지는 것이다. 퇴근 후에 일기를 쓰면서 내가 너무 가볍고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핸드폰을 들고 낮에 일은 죄송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행히 J님도 현재 사정을 다 알고 있어서 화가 날만하다며 괜찮다고 하셨다. 먼저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J님은 두바이에서 근무 중이시고, 알제리는 처음 방문하신다고 했다. 전에 롯데백화점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셨고, 러시아에 주재 다녀온 경험도 있다고 하신다. 나보다 고수임을 느낄 수 있었고, 배울 것도 많은 분이라 생각했다.
저녁 5시쯤 가볍게 저녁을 먹기 위해서 회사 근처의 쇼핑몰 내에 푸드코트에 갔다. 늘 가던 멕시코 음식점에서 치킨버거 세트를 주문했고, 기다리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첫인상보다 더 고수 분이 맞았다. 사람은 얼굴로 판단하면 안된다. 사람마다 내면의 깊이가 다른데, 그 깊이는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물론 대화없이도 파악 가능한 사람도 있지만, 오판할 가능성도 높다.
J님의 첫인상은 나보다 어리면서 이제 해외생활을 시작했을 것 같은 업무 초짜의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고 이런 저런 대화를 사무실에서 했었다. 그러나, 햄버거 먹으면서 이야기를 해 보니, 나보다 경험도 많고, 연배도 많은 것이다. 이런 내가 실수했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서 죄송하다고 했다. 늦었지만, 말하길 잘 했다.
J님은 쌍둥이시고, 일란성으로 여동생이 있으시고, 이번에 이란성 쌍둥이를 동생분이 출산을 하셨다고 한다. 저도 쌍둥이 아들이 있어요 했더니, 쌍둥이는 모계 유전이라서 아내 쪽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을거라는 이야기도 해 주셨다. 또한 따님이 있는데 나이가 24살이고 한국에서 엄마와 같이 살고 있단다.
여기서 기러기 아빠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두바이에서 일 하신지 7년정도 되셨고, 가족은 한국에 계셔서 분기에 한 번정도 만난다고 하셨다. 가족과 친해지는 방법은 여행을 통해서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하시며, 나도 해 보라고 권해 주셨다. 나는 아이들이 이번에 군대에 갔다고 이야기 했더니 그러면 면회를 통해서 가까워지는 것도 방법이라고 이야기 주셨다.
서로 간에 기러기로 살면서 우울증이나 음주, 흡연 등의 일탈을 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이야기 했는데, 공감대 형성이 되어서 그런지 나처럼 사는 사람이 많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서 약간 절제 생활에 집중을 했는데, J님은 운동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계셨다. 생활체육인, 생체인이라고 본인을 이야기하셨다. 탁구를 취미생활로 하고 있다고 하시고, 두바이에도 탁구 동호회가 많이 있어서 현지인들과 같이 즐기고 계신단다. 여러 대회에 나가서 우승도 많이 하셨다. 진정한 무림의 고수다.
최근에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다고 이야기 했더니, 식단을 바꾸고 땀이 나도록 운동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조언을 주셨다. 두바이는 식재료 구하기가 여기보다는 수월해 보이고, 알제리는 상대적으로 음식 재료 구하기가 좀 버거로운 구조이다. 이것 또한 노력의 문제인데, 내가 게으르다는 것을 약간 느꼈다.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 이런 자극은 좋다. 더 노력하고 관리하는 건 필요하다. 생각없이 사는 것보다 생각한대로 사는 것이 더 좋다.
어제도 눈에 띄지 않는 무림의 고수에게 인생상담 받은 느낌의 하루다. 고수는 티를 내지 않는다. 떠벌리지도 않는다. 다만, 조용히 보면서 평가할 뿐이다. 나도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