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통화하니 한국에도 가을날씨가 왔다고 한다. 이제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을 수가 없을 정도로 날이 선선해졌다고 한다. 알제의 날씨도 낮에는 아직도 햇빛이 강해서 30도까지 올라가나 저녁에는 아주 선선해서 상쾌한 바람이 불어서 좋다. 어제 밤에도 상쾌한 바람 맞으러 집 앞에 과일 가게에 갔었고, 과일 가게의 과일들이 이제는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중이다.
알제에서의 생활도 이제는 10개월정도가 흘렀고,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보니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나의 몸을 맡겼더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알제에서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살아 가면서 좀 더 성숙해진 삶을 살 수 있을 듯 하다.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한데, 왠지 이번에는 혼자 살면서도 혼자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그리 많이 않았던 듯 하다. 뭔가에 외로울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서 그렇다.
내가 잡생각이 안 들 정도로 바쁘면 그러면 외롭다는 생각이 머리 저 뒤편으로 넘어가 있다. 그리고, 이번 해외 생활에서 배운 것은 감정을 적정히 잘 숨기면서 사람들과 대화 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 나의 사소한 감정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예전에 비해서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 좀 더 슬기롭게 사용해야 한다.
가을이 오고 날씨가 변하면 사람이 왠지 우울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은 운동과 글쓰기를 통해서 극복할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책읽기도 확실히 효과가 있다. 예전과는 달리 책을 한 번만 읽는 것이 아니라 같은 책을 두번이상 반복적으로 보면서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진짜 속내를 찾아서 따라할려고 한다. 막상 해 보니 쉽지는 않은데, 작가의 의도를 계속 생각하면서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더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나고 있다.
9월24일 날씨
"한국으로"
지난 주에 한국으로 들어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내부적으로 승인을 받았다. 1년은 채우고 한국으로 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나름 많은 생각과 계획 그리고 꿈을 가지고 나왔는데, 어느정도는 이루었고, 아직도 부족한 것이 있지만 나름 잘한 결정이라고 나에게 위로를 한다. 뭔가 계획된 것을 끝까지 가져 가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 둔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쉬움보다는 내가 적절한 시기에 좋은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더 든다.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동안 받았던 여러가지 회사 지원을 내려 놓기가 참으로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이번에는 그게 우선순위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 또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나의 결정을 응원해 주고 덕담을 해줘서 더 마음 편히 결정한 것 같다. 인생은 어짜피 결정의 연속이고, 한 번 결정된 내용은 앞만 보고 가면 된다. 또 다른 결정의 순간과 내용이 내 앞에 올 것이다. 그게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는 가족과 함께 이야기 하고 상의하면서 나의 결정이 그들에게도 짐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결정이 된 것이 아닌지는 가족이 옆에서 알려준다. 나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제자리를 찾을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정과 감정은 아주 안 좋은 사이이다. 감정이 격하거나 비정상적일 때는 무엇인가 결정하면 안된다. 그 때는 잠시 쉬면서 잊어야 한다. 그리고, 냉철해 지면 그 대 결정을 해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연습으로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번 해외 생활에서 어느 정도 연습하고 배웠다. 하지만, 아직 습관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감정이 참으로 쉽지 않은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