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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23 - "저녁단상"

알제이야기

"여행 후 일상"


9월 마지막 주에 시작한 여행은 9일만에 어제 끝나고 알제 집으로 돌아왔다. 여러 종류의 여행이 있지만, 가족을 만나러 가는 귀성여행은 가족을 만나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간다. 이번 여행은 가는데만 24시간이 걸렸다. 비행시간은 동일한데 환승대기하는 시간이 지난 번과는 달리 아주 길었다. 거기에 지연까지 되니 시간은 점점 늘어만 갔다.


이상하게 비행기에서 영화를 여러 편을 봐도 지난 번과는 달리 집중이 잘 안되어 재미를 느낄 수 없었고, 글을 써도 잘 집중이 안되었다, 그래서인지 약간 힘든 여행이었지만, 밤 11시반에 공항에서 아내를 만나고서 많은 것이 풀어졌다. 아내의 짜증이 나의 엔돌핀을 불러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이번 여행은 아내가 부탁한 집정리와 운전을 하면서 시내 구경 다니고, 집 앞에 산책로를 다니면서 동네 구경을 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잘 가기는 처음이다. 아내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냈고,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했는데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밀린 업무를 같이 하니까 잠이 부족해서 살짝 피곤했다. 쉬러 갔는데, 업무를 하니까 약간의 스트레스에 짜증이 났다. 그럴 때 동네 산책을 하면서 화를 줄였고, 맛있는 집밥을 매일 먹으니 밥맛이 돌아서 그나마 즐길 수 있었다.


원래 행복은 소소한 일들의 모임이라고 하던데, 맞는 이야기다. 작은 소소한 일들이 모여서 그 날 행복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매일 행복하면 좋겠으나, 중간 중간 아내와의 갈등도 있고, 회사에서 연락와서 잊고 있던 일들에 대한 리마인드도 있어서 나름의 일상을 보냈다.

프랑크프루트 공항에서 환승

집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책 읽고 글을 쓰니, 정말 집중에 평소보다 잘되어서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즐겼다. 캐나다 스벅에도 카공족들이 많아서 하루 종일 연인끼리 와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은 드라이버 스루를 통해서 커피를 픽업해 가지만, 그 중에 일부는 공부할 것을 싸들고 와서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전공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한다. 이 동네는 불어권이라서 북아프리카 마그레브에서 온 청년들이 많이 와서 공부를 했다. 아마도 집에서 하기에는 집중이 잘 안되니 이 곳에 온 듯 하다. 공부하는 내용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대학생으로 짐작이 된다. 일부 직장인도 보인다. 재택근무를 스벅에서 하는 듯 보인다. 화상회의도 하고 나름 활발하게 업무를 본다.


아내와 동네 산책 후에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하러 왔다. 산책 후 마시는 커피는 보약이고, 보약을 먹으면서 하는 대화는 정신을 맑게 한다. 가끔씩 만나서 이야기 하니까 그나마 좋다. 매일 보면서 이야기 하면 좋은 이야기가 안 나오지만, 가끔씩 보면 서로 걱정을 많이 해 준다. 우리도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라며 여러가지 음식 및 운동 방법 등을 이야기 해 준다.


창가에 앉은 카공족 연인. 지금은 아침 8시

오늘 아침에는 시차 적응이 안되어서 7시반 경에 일어 났고, 피곤했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아침루틴으로 스트레칭을 했다. 그나마 몸을 풀어주니 피로가 약간 릴리즈 되었다. 아침에 늘 먹던 그레놀라와 우유를 먹고, 씻고 나서 회사 출근을 했다. 오늘은 쉬는 날이지만, 휴가로 비어 있던 업무 공백을 일하면서 어느 정도 케치업을 했다.


오랜만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고, 한국 소식도 들었다. 전화 드리니, 한국과 일본 축구를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오늘 한국이 이길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극적인 역전승을 했다고 한다. 한국이 이제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이라서 밤에는 선선하다고 하신다. 알제는 아직 낮에는 여름이고 저녁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중이다. 아직 낮에는 많이 덥다고 이야기 드렸다. 아이들 자대배치 받은 이야기도 해드렸다. 아버지께서 정말 잘 되었다고 기뻐하신다. 나도 그랬다.


이제는 이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잘 정리해서 실천하고자 한다. 그래도 월급쟁이니까, 해야 할 일에 먼저 집중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리스트업 해서 연속적으로 쭉 할 수 있게 루틴을 만들려고 한다.


아내와 아침 산책 중

아직도 아내와 걸었던 길이 생각나고 소록소록 추억으로 생각난다. 불과 3일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제는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만나면 열심히 걸으면서 이야기 해야 겠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다고, 그리고 하나씩 시간 내서 하자고 해야 겠다.


오늘도 늦었다. 내일 출근을 준비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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