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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베이다사는마리우 Oct 19. 2023

Day 334 - "저녁단상"

알제이야기

"글쓰기"


요즘에는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이상하게 네이버 블로그에는 내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데, 브런치는 실력 있는 작가 분들이 많아서 글을 쓸 때 유독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뭔가 나만의 첨가물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이 있다.


내가 글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글을 업을 삼는 사람도 아닌 일반 회사원으로 내가 지낸 상황을 일기처럼 쓰고 싶었을 뿐이다. 브런치가 그러기에는 부담이 되는 곳이었나 보다. 내가 나에게 부담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안 쓰게 되고 넘어가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조금씩 불씨가 날아나는 느낌이 든다.


그래 돈 벌자고 하는 일이 아닌, 나의 스트레스 해소 공간으로 글을 쓰는 것인데,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된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브런치의 통계 기능을 옵션으로 해서 안 보이게 하면 좋겠다. 매번 글쓸때마다 눈에 보이니까 보게 되고, 보면서 자꾸 사람들의 방문을 기대 하게 된다.  이것은 안 좋은게 맞다.


네이버 블로그는 좋아요 눌러 주는 분이 3분 정도 있고, 글을 읽어주는 분도 거의 없다. 그래서, 부담이 없는데, 브런치는 자꾸 손이 가서 터치하여 방문자수를 보게 된다. 보고 싶지 않은데, 그걸 피해가는 것은 쉽지 않다. 꼭 보게 되어 있다.


인스타에서 나를 위해서 영상을 올리는데, 방문자가 거의 없어서 그 날의 날의 일상으로 하나씩 아무거나 의식의 흐름대로 올리고 있다. 스트레스 받는 날이나 권태로워지는 날에 올려 놓은 영상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추억이 되고, 그 때의 일들과 함께한 사람들이 떠 오른다. 나를 위한 힐링 도구로 쓰기에는 너무 좋다.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더 좋다.


"글쓰기"를 할 때,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책에서 이야기를 하다. 독자에게 뭔가를 전달할 목적으로 글을 써야 나중에 책이 될 수 있단다. 나의 글쓰기는 나와 아내를 위해서 쓴다. 그래서, 뭔가를 전달할 목적이 아니라, 나중에 추억이 될만한 것을 잊어 버릴 때 쯤에 회상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다보면 글력(글쓰는 힘)이 생겨서 그 맛에 쓰게 된다. 쓰다 보니 뭔가 글에 힘이 생긴다. 물론 제3자가 이야기 해 주는 것이 아닌 내가 느끼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가족을 위해서 글을 쓴다. 난 이게 즐겁다.


"고구마 키우기"


처음부터 고구마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 고구마는 식재료이지 키우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 장기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아이들 머리에 새싹이 한가득 나와 있는 것이다. 먹을려고 샀는데, 아이들이 나몰래 싹을 틔운 것이다. 잘라서 버려야 정상이지만, 도저히 버리기에는 새싹 아이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있어서 싹 부분을 잘라서 화분에 심고 물을 주었다.


날이 시원해지니 아이들의 발육속도가 남다르게 빠른 것이다. 이 정도면 씨 고구마라고 해도될 것 같다. 외국에서 혼자 살다보니, 누군가와 대화할 일이 많지 않다. 회사에서는 업무적인 대화이고, 영어로 이야기를 하니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전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답답한 경우도 많고, 여기 친구들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그러니, 나와 영어로 이야기할 때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서, 퇴근 후에 고구마에 물 주면서 가끔은 대화를 시도한다. 내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으니, 이 친구들에게라도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인가, 나도 참으로 딱하다. 그러나, 고구마의 대화는 그래도 기분이 좋다. 누군가 내말을 들어 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고구마에 물 주는 시기는 해가 뜨겁고 날이 더우면 더 주고, 날이 선선하면 물 안주고 대화만 한다. 그리고, 인스타에 올려서 내가 고구마와 대화 한 것을 남겨 본다. 인스타에는 주로 북아프리카 사람들이 팔로잉을 해서 봐주고 있어서 내가 한국말로 무엇을 하든 대부분 알아 듣지 못한다. 그냥 혼자 사는 한국 사람이 뭔가 좋은 이야기 하면서 올린 영상으로 봐 준다.


이렇게 키운 고구마가 맨 오른쪽에 작아서 쪼그라든 친구이다. 왼쪽의 삼형제는 이번에 먹을려고 샀다가 새싹을 많이 틔워서 심어준 아이들이다. 올 겨울 찬 알제 공기를 버티면 내년까지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잘 버틸 수 있도록 관리 해 주고 싶다.

고구마 삼형제
"누군가의 칭찬"


분기에 한 번씩 캐나다에 가족 만나러 간다. 긴 여정 등을 캐나다 지역 카페에 여행기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다. 올해에 벌써 세번 글을 날짜별로 올렸는데, 지역 분들의 반응이 뜨겁고, 호응도 좋다. 나는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여행자로 세팅하여 가족 만나는 기간을 여행기 쓰 듯 올려 놓는다.


아내는 남들에게 우리 생활을 노출하는 쓸데 없는 짓을 한다고 핀잔을 준다. 그래, 아내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워낙 조용한 동네다 보니 사람들이 눈팅만 하는 분들이 많아서 은근 팬층이 생겼다. 그 동네에서 필명 마리우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내를 따라서 교회에 갔는데, 예배 후에 교회에 계신 분들이 마리의 여행기를 읽어 봤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혹시 마리우 아니냐고 나에게 묻기도 한다.


내가 너무 쑥스러워서 아니라고 이야기 했는데, 아무리 봐도 맞는 것 같다고 정말 글을 잘 읽고 있다고 하신다. 갑자기 어깨가 의쓱 해지니, 아내가 말한다. 예의상 그런 말씀을 해 주시는 거라고. 그래, 아내 말이 맞겠지. 나의 여행을 추억으로 게시판에 남기는 것인데, 그런 글에 누가 관심이 있겠어. 그래도, 글을 쓰고 올릴 때는 그 때 그 때의 일들이 생각나서 나름 행복하고 좋다, 나의 만족을 위해서 글 쓰는 것이 맞다. 아내의 말도 맞을 것이다.


글을 쓰면 뭔가 기록으로 남아서 내가 그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구나, 그리고, 내가 생각보다 성숙하게 대처했구나 이런 생각들이 든다. 그리고, 가끔 후회할 때도 있다. 내가 그 때는 왜 그랬을까.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하고 생각하고 살아야겠다는 복기를 하게 된다.


오늘도 사무실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여러가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남겨 본다.

캐나다 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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