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베이다사는마리우 Dec 12. 2023

Day 384 - "알제 떠나는 날"

알제이야기

"2023년 12월 7일"


작년 11월에 알제에 온 이후로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많은 일들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한 내가 되었다. 사람은 어려운 일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한층 더 성숙해진다.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할 시간이 왔다는 것이다.


11월 초부터 알제를 떠날 준비를 촘촘히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떠나는 날 아침이 되니 여러가지 아쉬움이 결국 공허함이 되었다. 뭔가 허전함은 파란 하늘을 보면서 공허함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마음은 많이 성숙해졌고, 내가 더 많이 변해야 함을 느꼈다. 좋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가다듬어 가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환경과 여러가지 챌린지는 나에게 어려움을 주었으나,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와 고민을 통해서 극복하는 방법도 배웠다. 그리고, 나를 더 많이 내려 놓는 것도 그리고 책을 통해서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분들의 지혜도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배운 것들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될 것이다.


매일 출근하던 아파트 길도 오늘 이 시간은 마지막이다. 내가 살던 동네 달베이다는 이제는 다시 못 올 곳이 되었다. 내가 다시 알제로 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될 것인지 생각을 해 보았으나, 아마도 없을 것이다. 생각에 따라서 살기 좋은 곳이 될 수도 있고, 외로움으로 고민이 많은 곳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든 곳으로 기억이 될 것이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회사에 인사하러 가는 길

사무실에 가서 노트북과 핸드폰을 반납하고, 그동안 같이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인사하고 한 명씩 안아주면서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서로가 아쉬움이 많이 남았으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만날 것인데, 이마저도 내가 떠난 후 1주일 뒤에는 모두 일상에 적응이 되어서 나를 존재는 추억 속으로 남게 될 것이다.


"Out of sight, our of mind"

"안 보면 멀어진다"


맞는 말이다. 내 옆에 없는데, 떠난 후 1주일만 기억해 줘도 고마운 것이다. 알제를 떠난 지 5일이 되었고, 이제는 동료들 한명씩 머릿 속에서 멀어져 가고, 한국의 일상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사람은 원래 바뀐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것에 익숙하다. 이미 내가 그렇다. 새로 바뀐 회사 동료들에 한명씩 적응하는 중이다.


알제공항에서 터키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지막으로 친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그들도 아쉬움이 가득한 문자와 목소리를 남겨주었다. 서로의 아쉬움은 비행기 안에서 잠을 청하면서 꿈속에서 남는 사이가 되었다. 비행기는 저녁 6시 정시에 출발을 했고,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알제를 떠나서 튀니지를 거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갔다. 3시간의 시간동안 이스탄불은 이미 밤 11시가 되었고, 비가 왔다.

알제 공항의 저녁. 이스탄불행 터키항공편

이스탄불에서는 3시간의 환승 시간이 주어졌고, 밖에 비가 내리면서 어둡고 추운 날씨가 나를 맞이해 줬고, 바로 터키 항공 라운지로 가서 엠비시 라디오를 들으면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나름 마음도 따듯해지면서 알제에서의 생활을 하나씩 정리했다. 1시간정도 샤워장에서 라디오를 들으면서 뜨거운 물을 맞으니, 개운해졌고, 저녁으로 샐러드에 올리브 오일을 올려서 먹었다.


3시간의 환승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다시 인천행 터키 항공을 타기 위해서 이동했다. 9시간의 비행은 책보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시차 때문에 5시간 잠을 자고 일어나니 좀 더 개운해 졌다. 이제는 시차를 적응하는 것이 한국에서 해야 할 첫번째 일이다.

이스탄불 공항은 비오는 중

한국은 역시 다르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자동입국심사를 받았고, 짐을 찾는데까지 40분정도 소요되었고, 바로 나와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데 10분정도 걸렸으며, 바로 공항버스를 탔다. 운이 좋았다. 알제리에서는 적어도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절차가 한국에서는 40분정도 밖에 안 걸렸다. 또한, 절차도 까다롭거나 물친절하지도 않다.


동생이 오늘 회식으로 늦게 올거니, 택시 타고 집으로 가란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짐을 2개 가방에 담았기 때문에 택시로 이동하기 어려워서 동생을 기다리기로 했다. 가방을 공항버스 대기실에 넣고 티비를 보면서 동생을 기다렸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각종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적응은 시작되었다.


동생은 생각보다 빨리 왔고, 동생의 차로 부모님 댁에서의 한국의 첫밤을 보냈다. 2일간의 여정은 생각보다 짧게 끝나서 아쉬웠다. 알제리 동료들에게 한국에 잘 왔음을 와츠웹으로 알렸고, 피곤함에 잠을 청했다.


이제는 알제리에서의 생활을 하나씩 정리해 볼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