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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 "New life"

2023-12-16

"이사하는 날"


한국에 온 지 벌써 7일이 지났다. 금요일에 입국하여 주말은 집에서 부모님과 보냈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부서마다 돌아다니면서 인사하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니 일주일의 시간이 금방 지나 갔다.


동생이 형이 들어 와서 집이 좁으니 빨리 방을 얻어서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입국 다음 날 같이 회사 근처 미리 봐둔 원룸 근처 부동산에 갔다. 부동산 실장님께서 5개 집을 보여 주셨다. 회사 근처에 워룸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많은지는 몰랐다. 처음 생각은 일단 예산 내에서 잡아 보자는 것이었다.


기러기 아빠이기에 캐나다에 송금을 해야 하기에 최대로 2천/50정도의 집을 마음에 두고 하나씩 점검을 했다. 아이들이 휴가 나오면 쉬었다가 갈 수 있기에 최대한 방이 분리되는 집을 고르기 위해서 복층도 보고 싶다고 이야기 드렸다.


첫번째 집은 복층이었고, 도로변에 통창으로 큰 창을 가지고 있었으나, 서향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마음에 들기는 했으나, 집주인이 관리를 제대로 안 하혀서 벽지 등이 많이 낡은 구축 건물이었다. 구축의 의미는 20년이 넘어간 집은 구축이고, 10년 내에 지어진 집은 신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축과 구축의 의미보다는 구축이라도 5년 내에 리모델링 인테리어를 했으면, 신축이라고 봐도 무방한 듯 싶다. 이 집은 일단 마음 속 리스트에 올렸다. 가격은 500/55만원이란다. 내가 생각한 예산 안에도 거의 들어온다.


두번째 집은 신축이었고, 웹사이트에서 본 것보다는 방이 좁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새것이었고, 각 층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 올 수 있어서 그 만큼 프라이버시가 보장이 되었다. 부동산 실장님 이야기는 여자 분들에 해당이 되지 남자들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하신다. 맞다. 난 그런 부분에는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다. 가격은 1000/68만원이라고 한다.


보증금이 천만원 올라갈때마다, 월세는 2만원씩 떨어진다고 한다. 월세에서 보즘금이 차지하는 의미는 크지 않은 듯 하다. 일단 월세가 밀리면 그것을 까서 회수하는 목적이 크다보니, 그것으로 뭔가 투자해서 돈을 벌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세번째 집은 구축이었고, 완전 시내 한가운데 있었다. 주변에 음식점과 술집이 많아서 시끄러울 수 있다는데, 워낙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그런 부분에 크게 민감하지는 않다. 그러나, 구축인데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서 방이 작아 보였고, 뭔가 오래된 느낌이었다. 가격은 1000/48만원. 내가 원하는 예산에 딱 들어오는 집이다. 그러나, 이 방이 내방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생각 속과는 차이가 많았다.


네번째 집은 좀 더 공원 쪽에 가까워서 조용한 생활 환경이 보장되는 듯 보였고, 나름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남동향에 가까웠다. 공원 뷰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자 분이 쓰던 방이라서 그런지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가격은 2500/43만원이다. 생각했던 예산 안에 들어 오는 집이다. 이 집은 전세였는데, 주인이 돈이 부족하여 보증금을 높게 받아서 이전 세입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하고, 빨리 들어 왔으면 했다. 일단 마음 속에 담아 두었다.


부동산으로 돌아와서 이제 집을 선택하고 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어느 집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하는데, 부동산 실장님께서 아이들이 군대에서 휴가 나오면 머물러야 하는데, 원룸이 아닌 1.5룸은 어떠한지 물어봐 주셨다. 그래 아이들 생각하면 1.5룸도 좋겠다 생각하면서 보여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하여 다섯번째 집을 보게 되었다. 이 집은 시청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있었고, 바로 옆에 홈플러스와 주변에 음식점과 다이소가 있었으며, 남향이었다. 가 본 집들 중에서는 제일 큰 집이었다. 이렇게 큰 집이 있었나. 나름 놀랐고, 가격이 궁금했다. 1000/70만원이라고 한다.


가격을 듣는 순간 고민을 했다. 집을 보러 갔는데, 여자 두분이 살고 계셨고, 이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여기가 오피스텔 용도이고, 주거용이 아니라서 전입신고가 안된다고 한다. 앗 이런 일이 있나, 전입 신고도 안되네. 그동안 공부한 부동산 상식으로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보증금에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 퇴거할 때, 집주인이 돈을 안 내주면, 그럼 보증금은 어떻게 회수하지? 머리가 순간 많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동생이 생각 많이 하지 말고 이 집으로 하라고 한다. 주인이 돈을 안 주면, 천만원만큼 더 살면서 집을 빼지 말라고 한다. 아니, 자기 일이 아니라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것인지, 어의가 없었다. 그러나, 부동산도 동일하게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 집은 오랫동안 월세로 유지된 집이라서 그 동안 아무 이상 없었으니, 고민하지 말라고 하신다.


그래서, 집 계약하는 날, 수기로 문구하나만 더 추가를 했다. 집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사전에 고지를 해달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현재 등기부 상으로는 이 집을 가지고 대출을 받은 것은 없다. 등기부 등본 상으로는 1억8천만워짜리 집이었고, 오피스텔 업무용으로 등록되었으며, 2005년 완공되어 현재 주인분이 2008년이 등기 이전을 받은 이력이 표기되어 있었다.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나중에 이사 시점에 돈을 못 받게 되면 더 사는 것으로 생각하며 계약서에 싸인하고 모든 돈을 다 송금했다. 그리고, 부동산에 수수료 35만 2천원을 송금하고 현금 영수증을 받았다. 부동산은 이미 원룸 계약과 매매 등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 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이사할 날이 되었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여 어느 정도 짐을 정리했다. 어머니께서 옆에서 같이 살면 좋은데, 왜 나가서 살려고 하는지 그리고 불필요한 돈을 지출할려고 하는 지 등에 대해서 계속 물어 보셔서 매주 찾아 올거고, 보고 싶을 때마다 올테니 너무 걱정 하지 마시라고 이야기 드렸다.


해외 생활이 길어 질수록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전화로만 계속 안부를 물어 왔었다. 그러다가, 지난 1주일 동안 매일 집으로 퇴근해서 내가 어렸을 때 방을 사용했더니, 옛날 생각이 나셨나 보다. 팔순 노모의 마음을 이제는 나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는 나에게도 가족이 생겼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기에 집을 얻고 나가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자주 부모님 댁에 찾아가서 인사드리고, 밥 먹고 산책하고 할 생각이기에 크게 걱정은 없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짐을 챙겼고, 부동산에는 9시까지 가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이런 예상하지 못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한국에 와서 기온이 알제리와 비슷해서 약간 실망하던 차에 함박눈에 한파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이럴 때 쓰는 말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것이다.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으나, 운전을 해 줄 동생에게는 부담스런 날이다. 어제 밤에 늦게 퇴근을 해서 피곤한 몸을 끌고 나가야 하는데, 약간의 미안함은 있으나, 이사 후에 밥을 사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동생 말을 아주 고분고분 잘 들었다.

이사하는 날 함박눈이 펑펑

회사 주변에 사는 처남도 와서 이사를 도와 주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동생 차에 모든 짐이 다 들어가서 큰 걱정은 없이 이사를 끝냈다. 부동산 실장님 만나서 잔금 치르고, 수수료 내고 그리고 집 현관 번호를 문자 메시지로 받았다.


이사짐은 아이들이 군대 가기 위해서 두고 간 여행가방 2개와 내가 알제리에서 가져 온 여행 가방 2개 그리고, 등에 매는 가방까지 10개 정도의 가방이었고, 이게 소나타에 다 들어 갈 수 있나 생각했는데, 동생의 테트리스 실력의 발동으로 다 들어 가고 여유 공간까지 확보를 했다. 진심으로 존경한다.


짐을 방에 다 옮기고 식탁을 사기 위해서 이케아에 가자고 했다. 이케아에 가는 길에 눈길에 미끄러져서 길가에 사고난 차량이 많았고, 곳곳에 경찰이 나와서 수습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서, 이케아는 다음에 가고 밥이나 먹자고 했다. 오랜만에 간 복칼국수 집인데, 김치 맛이 너무 맛있어서 칼국수의 맛이 배가 되었다. 동생 덕분에 오랜만에 아내와 와서 먹었던 추억을 소환했었다.


밥 먹고 큰 아이 면회 때 줄 추리소설을 사기 위해서 애경백화점 지하에 있는 리브로에 갔다. 23년 추리소설 100에서 20위 안에 드는 책에서 4권을 샀다. 내가 봐도 재미 있을 듯 했는데,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 그럴 여유도 없다. 하루에 정말 많은 일을 하는 중이다.


알제리에서의 주말은 음악과 책읽기 그리고 산책으로 보냈었는데, 한국에 오니 긴여행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지난 1년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는 다시 일상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해 보자.

이사한 집이 넓다

한파 주의보라서 전기 장판을 틀고, 보일러는 절약에 놓고 잘려고 하니, 뭔가 허전하여 밤 11시반에 집 옆에 있는 홈플러스에 가서 테라 맥주 250미리 6개를 샀다. 새우깡하고 혼자 자축하면서 자취생활의 시작을 알렸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와 통화를 했고, 문득 그녀가 보고 싶었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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