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7
"첫날밤"
9시쯤 일어나서 이불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다가 시간이 금방 11시가 되었고, 구형 핸드폰이라서 그런지 추억의 DMB가 나와서 밀린 티비도 보다가 라디오도 있길래 SBS 에서 최화정의 목소리도 들었다. 갤럭시 S10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능이 들어 있었다.
인터넷을 설치 할려고 했는데, 아침에 생활해 보니 굳이 인터넷이 없어도 생활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일단 12월은 인터넷 설치 안 하고 생활해 보고, 생활이 가능하면 이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인터넷이 안되니 유투브 보는 시간이 많이 줄어서 도움이 되는 듯 했고, 대신에 라디오를 들으니 다른 일을 하면서 백색소음으로 사용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없으면 불편할 뿐이지 사람은 금방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한다.
인터넷은 카톡이나 메일 보는 정도로만 집에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회사에 가서 와이파이로 사용해도 될 듯하다. 그래, 나만의 시간을 늘리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한국에 오니 인터넷 속도가 알제리와 비교해서 넘사벽이다. 블로그 조회를 자주하는데, 알제리에서는 한참을 기다려야 그림이 올라오는데, 한국은 바로 올라 오고, 업로드 또한 빠르다.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캐나다보다도 빠르고, 알제리 보다는 완전 빠르다.
12시에 일어나서 씻기 전에 라면에 김밥을 먹었다. 어제 밤 11시에 홈플러스에서 50% 할인하는 김밥과 스낵면을 사왔는데, 아침에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으니, 궁합이 아주 좋다. 라면에 김밥은 국룰이 맞는 듯 하다. 디저트로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디카페와 알제리에서 가져온 대추야자를 먹었다. 이 또한 환상의 궁합이다. 알제리 대추가 한국에 오면서 숙성이 되어서 단맛이 500% 이상 올라 갔다. 커피와 함께 먹으니 이 보다 맛있을 수 없다.
오늘의 영화는 스즈메의 문단속 한국어 더빙 버전이다. 일본어 공부할 생각을 예전에 봤었는데, 한국어 더빙으로 보니, 원작에 충실하게 더빙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용에 충실하게 볼 수 있었다. 밥 먹는 동안 아내의 전화가 왔고,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랜만에 아내와 이야기 하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취 생활의 시작이기에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스토리가 참으로 탄탄하다. 누구나 아는 사실 위에 스토리를 올려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준다. 지진은 일본에서는 흔한 일인데, 그 위에 지진의 원인을 그럴 듯하게 설명하고 심지어는 지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거기에 삽화가 정말 예쁘다. 이래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나에게도 잘 맞는다. 덕후가 되고 싶으나, 그러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설겆이를 하고 나와서 다이소에 쓰레기 분리 수거 바구니를 사러 갔다. 간 김에 옷걸이도 사고, 가위도 사고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으나, 눈에 보이는대로 다 산 것 같다. 이제는 쇼핑에 몸을 맡겼다. 이렇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필요에 의해서 고민하고 사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모든 것이 다 필요해 보였다. 이렇게 중독이 되어 가는구나. 이제 다이소를 멀리할 시기가 왔다.
다이소에서 나와서 길건너 스타벅스에 갔다. 오랜만에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휴대폰 메모장에 글감을 많이 적어 놓았는데, 집에 인터넷도 안되고, 책상이나 식탁도 없어서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스타벅스에 갔더니 밖에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밖에서 보는 모습과 안의 모습은 다른 세계가 맞다. 이렇게 다른 세계가 스타벅스 안에 있을 줄은 몰랐네.
밀린 글을 쓰는데, 울산가는 버스를 타러 가야 해서 핸드폰에 알람을 걸어 놓고 글을 하나씩 쓰기 시작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썼는데, 막힘없이 잘 써진다. 이런 날도 있네. 글쓰기에 굶주려 있다가 글감을 들고 쓸려고 하니까 정말 많은 생각이 의식의 흐름대로 나왔다.
이런 글들이 읽어 주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이건 그냥 나의 추억을 위해서 쓰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글쓰기 실력이 아직 부족하기에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쓴다. 내가 아직 실력이 안되기에 뭐라도 쓰면서 글력을 늘려야 한다. 적어도 2년에서 3년은 써야 기본적인 글력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제 1년정도 밖에 안되어서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브런치에 글쓰기는 늘 부담이 되지만, 이제는 그냥 쓰고 싶은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독자는 나와 아내를 위해서 쓴다고 생각하며 쓰니,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더 없다. 모든 사람이 다 잘하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그나마 아마추어가 프로들 사이에 섞여 있어야 보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브런치에는 잘 쓴 글이 정말 많다. 실력 있으신 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글감만큼은 밀리지 말자는 생각이다. 글쓰기가 부족한 것이지 글감이 그 분들보다 적은 것은 아니다.
오늘도 나만의 글감으로 뭐가를 써 본다. 지금은 울산에 일이 있어서 버스타고 내려 왔다. 집에서 4시간 반정도 걸렸다. 버스에서 목베게를 하고 누우니, 동남아 여행을 가는 느낌이다. 4시간정도의 거리는 아마도 태국이나 말레지아 가는 거리이다. 목베게의 편리함을 잘 알기에 들고 갔는데, 정말 장거리 여행의 숨은 공신이다.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 정말 편하고 좋다. 잠도 잘오고, 목도 편하다.
오늘의 나에게 말한다.
"수고했어~ 쓰담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