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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Jan 18. 2023

<독일 교육> 그들에게 배운다.

어떤 이들은 실존의 가치를 지키는 이도 있다.

오늘만 해도 회사에서 풀리지 않는 이슈로 한참을 분투했다. 많은 사람들이 엮인 일이고 어떻게 하면 수월하게 실타래를 풀면서 해결해 갈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느끼겠지만 학교에서 배운 공부는 회사를 입사할 때까지 필요하기에 죽어라 했던 거고, 사회에 나오면 사람은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관에서가 아닌 스스로 말이다.



어른이 서도 계속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학교에서 그렇게 긴 시간 받은 교육은 그럼 뭘까?
그렇다면 내 자식은 학교 교육을 왜 받아야 할까?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 아니면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성숙한 시민으로 자라기 위해 받는 교육이라면, 아이들이 처한 지금의 교육 상황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함이면, 교육을 받은 부모인 나는 그것을 쟁취 했는가?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상관없이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한 교육이라 칭하며 나 홀로 다른 교육을 시켜도 될까?

삶과 점목했을 때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한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이번에 눈을 돌린 곳이 이 책 <독일 교육>이였다.


두 딸을 성인의 문턱에 너무 잘 들여보낸 박경란 작가님도 때론 세상의 흐름과 내면의 욕심에 흔들리셨다는 이야기가 처음부터 나온다. 책 초반부터 이 책 읽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독일 교육이 궁금해 이 책을 펼쳤지만, 그보다 같은 엄마로서 흔들림의 순간을 공감받고 싶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존의 가치를 붙잡고 살아야 한다는 확답을 받고 싶었다.




책의 내용으로 조금 깊이 들어가 본다면, 좋다고 소문난 독일 교육에도 장단이 있었다. 벼락치기식 공부보다 매일의 삶이 교육이라는 철학적 메시지가 그들의 시스템에 녹아있다는 느낌. 하지만 그러므로 인해 선생님의 주관적 판단이 학생 성적에 반영된다는 건 어찌 보면 단점이라 판단될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국어 시간에 시를 외운 기억이 있다. 시인이 쓴 단어의 함축적 의미까지 전부 외워야 문제를 풀 수 있었기에 국어를 싫어했다. 그(녀)의 마음을 느껴야 알 수 있지 머리로 외우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 아닌가. 심지어 잘 외우는 애들이 인정받는 더러운 세상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책에서 접한 독일의 국어 문제를 보면 사뭇 다르다.


다음은 10학년 독일어 시험 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문제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사람에서 동물로 변신했다. 나중에 그 주인공의 생각과 가치관이 온전히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동물이었을까?'


답이 없다. 학생이 어떻게 파악했고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한 시험. 사실 사회에 나와서도 이러한 능력이 더 중요하다.




책을 읽으며 독일의 교육과 문화, 분위기, 정책과 역사를 두루 알게 되었다. 독일에 대한 관심이 개인적으로 지극한지라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그중 제일은 나보다 앞서 부모의 길을 걸은 작가님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가정 내에서도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고독을 즐길 수 있도록 가르친다. 호수 곁을 산책하거나 자연을 거닐 때 혼자를 느끼도록 한다. ... 아이들이 기본적인 언어를 넘어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을 하는 습관을 들이려면 고독하게 책을 읽으라고 권장하고 싶다."(p86~87)

그곳이 독일이든 캐나다든 한국이든, 교육 시스템은 다르겠지만 부모가 고민해야 할 중심은 동일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주변을 의식하고 초조해하는 나를 보자 조금 부끄러워졌다. 아이가 1부터 10까지 숫자를 알아가는 동안 천천히 누려야 할 순간을 오롯이 만끽하지 못하도록 앞서 달리게끔 부추긴 셈이다. 그것은 깊이 통찰하면, 실존에 주목하지 않은 삶을 산 탓이다. 우리네 삶이 주변과의 경쟁을 거부하기 쉽지 않지만, 어떤 이들은 그 실존의 가치를 지키는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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