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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Jan 25. 2023

<관계의 말들> 함께 또 따로 잘 살기 위하여

수많은 관계에 마음 쓰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친구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찬 상태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다. 첫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다.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정표에서 빈 곳이 있는지 찾는다.

 -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 비비언 고닉 (2022)


이 구절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누군가 가만히 나의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다음 페이지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관계"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캐럴라인 냅은 <명랑한 은둔자>에서 "우리라는 단어, 이것은 꽤 무거운 단어."라고 했다. 문장이 뭔가 있어 보여 밑줄을 그었지만, 그 당시에는 연대함이 생각보다 아름답지만은 아닌 것임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과감하게 내쳐지고 '우리'에서 소외된 걸 알게 된 날, 그때에야 비로소 이 문장의 묵직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관계가 잘 유지되려면 마음의 크기가 서로 맞아야 한다. 한쪽의 마음이 크면 큰 사람의 마음에 서운함이, 작은 쪽의 마음에 부담감이 찾아온다. 크기뿐 아니라 모양도 비슷해야 한다. 과감히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과 조심스러운 사람 사이의 속도 차이로 인해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의 크기와 모양이 같아 친해진 관계라 할지라도 그것이 변하면서 생기는 당혹감에 멀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누군가와 관계 맺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책 <관계의 말들>에는 친구, 연인, 가족과의 관계뿐 아니라 반려견, 반려묘, 반려인, 더 나아가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100가지 작가님이 직접 겪으신 이야기와 고민들이 짧은 글로 정리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나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수많은 관계에 마음 쓰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마음의 크기다 다르다며, 모양이 잘못 됐다며, 변질된 마음은 이제 필요 없다며 얼마나 많은 관계를 포기했는가.

<관계의 말들>에 담긴 작가님의 마음을 접하며, 더 다정해 보자고, 서로의 결핍과 애씀을 감각해 보자고, 기꺼이 상처받고 미워하며 구체적으로 사랑해 보자고.


뾰족했던 내 마음이 조금은 동그랗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잊지 말아야지. 서로를 존중하지만 가끔 삐걱댈 때마다 기억해야지. '우리는 각자의 서툰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다.' 문장 속 사랑에 진한 밑줄을 긋는다.(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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