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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Jan 11. 2024

삶에 소화불량이 찾아오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몸을 먼저 움직여본다.

위가 다시금 알람을 보낸다. 도저히 소화가 안된다고.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함과 동시에 지금의 현생도 소화시키지 못함을 나는 알아차렸다. 사실 현실이 크게 변한 게 없는데 나의 마음가짐이 지금의 삶을 소화시키지 못한다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작년 12월. 나는 오랜만에 내 삶의 갈림길에서 깊은 고뇌를 해야 할 시간을 맞았다. 회사에서 한번 더 집중하고 달려볼 것인가,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인가.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두 가지 갈림길 모두 올해가 아니면 안 되는 사연들을 품고 있었다. 


한순간도 회사에 올인하지 않았음에도 진급의 기회를 은 건 이 또한 내가 받은 운인 것을. 그 운을 박차고 휴직을 했다가는 마지막 종점에서 스스로 기회를 박탈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그것이 정말 기회냐는 아리송함도 있기에 이 길을 선택한다는 것도 참 쉽지만은 다. 그러나 확실한 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것. 지금 피하면 그 기회를 잡을 때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을 다시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갈림길. 엄마로서의 삶이자 내 자신의 삶. 올해로 4학년, 1학년이 되는 두 아이에게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너무 많은 시간을 일 때문에 놓치며 살아왔다. 하지만 왠지 계속 지금처럼 산다면 이 소중한 시간을 놓칠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지나가 버린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다시 경험할 수 없다 생각하는 내 마음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결론적으로 난 회사를 선택했고, 그렇게 회사에 열심을 다하자고 지낸 시간이 이제 한 달여 되어간다. 아무리 회사에 좀 더 열심을 다해보자고 스스로 다독인들 아이들의 기나긴 겨울 방학은 여전히 다가와 신경 써야 할 일 투성이고, 업무에 (예전보다 더) 집중하다 보니 체력은 금세 고괄 되고야 만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명목으로 운동을 안 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니 퇴근 후 지친 몸 때문에 아이들을 결국 티비에 맡기게 되는 신세마저 되었다.


최근 나는 저녁마다 힘든 몸에 음식을 마구 집어넣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먹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피곤하니까, 힘드니까, 뭔가 공허하니까.


그 상황이 지속되다가 드디어 오늘, 나의 소화 기관이 다시금 알람을 준다. 소화가 안 돼, 소화가 안 돼. 얼굴이 붓고 몸상태가 이상할 때 단지 살이 찐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굶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과유를 뒤로하고 이제는 깨닫는다.


지금의 삶이 나에게 버겁구나. 변화가 필요하구나.


방학중인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고, 회사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없어 어찌해야 할까 생각해 본다. Back to the Basic. 땀 흘려 운동하고 소식하고 삶에 틈을 주고 마음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어젯밤에는 샐러드를 먹었다. 삶에 틈을 주고 마음을 내려놓는 방법을 아직은 정확히 몰라 나는 몸을 먼저 움직인다. 내 몸에 집중하고 나를 좀 더 보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삶에 힘을 빼는 나를 발견하겠지.


몸에 근육을 붙이듯,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건강한 삶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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