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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Jan 17. 2024

움직이자. 적게먹자.

다소 가벼워진 나. 글도 가벼워졌다.

오랜만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회사 헬스장으로 향했다. 거의 한 달 만이다. 가는 길에 운동에 미친 남자 후배를 만났다. 이놈을 잠시 소개하자면, 2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 일 말고는 연애조차 하지 않았던 친구가 삶이 너무 공허하다길래 마라톤을 한 번 뛰어보라고 추천해 주니 어느 날 바디 프로필까지 찍은 대단한 아이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국가 대표마냥 매일 운동을 한다. 몸이 좋아졌고 얼굴이 핸섬해졌다. 그 친구는 분명 운동을 한 후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회사에서 평가도 잘 받고 삶에 활기가 생겼다. 연애를 못하는 건 별개의 문제인 듯하고.


그 친구가 말한다.

"누나~ 그냥 걷기만 하고 올 거면 하지 마요~"

"야! 걷기만 이라니~ 걸을 시간을 확보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아? 생존이야! 생존"


그렇다. 나에게 운동은 잘 살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아이를 둘 낳고 일까지 하다 보니 정말이지 몸이 훅 가버렸다. 요즘에는 어른들 말 듣지 말라는데, 이럴 땐 어른들 말이 맞다. 애 둘 낳으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을 거라고. 오랜만에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강사님이 그러시더라 "회원님은 재활 수준의 운동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내 몸은 현재 이수준이다. 그러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걷기'만'이라도 해야 하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이제 2주 차다. 저녁마다 과식했던 습관을 고친 지도 2주 차다. 예전에는 9시간을 자도 아침에 눈뜨기 힘겨웠었는데, 이번주부터는 알람 없이도 7시면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늘만이겠거니 싶었지만 가볍게 몸을 일으킨 지 일주일이 지나니 이건 요행이 아님을 깨닫는다. 자는 동안 소화를 시키느라 모든 에너지를 위에 쏟았던 지난날들은 피곤한 아침을, 늦잠을, 퉁퉁 부은 얼굴을 선물해 주었다. 분명 책에서 수백 번 읽었지만 역시나 실천을 통해 뼛속까지 깨닫는다. 조금 먹고 많이 움직이고 몸의 순환에 신경 쓰고. 조금만 실천해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백번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몸의 변화를 바로 느끼고 나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이 생활이 전혀 힘들지 않다. 2년 전엔 그렇게 힘겨웠던 필라테스도 필요에 의해 다시 시작하니 운동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내 어깨가 펴지기만 한다면 이딴 고통쯤이야, 언제라도 감수할 수 있다. 내 나이에 운동을 한다는 건 살과의 전쟁이 아니라 삶과의 전쟁인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신기한 건 몸이 가벼우니 정신도 가벼워졌다. 머릿속 가득 해야 할 일, 챙겨야 할 일, 약속, 계획 등 복잡한 현생이 여전히 꽉 차 있지만 신기할 정도로 정신 상태가 가벼워졌다. 피곤하지 않은 몸,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는 부은 얼굴, 가벼운 몸이 주는 만족감. 뭐 이런 갖춰야 할 것들은 보태지고 불필요한 것들은 빠져나갔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가장 큰 예로 지금의 내 글의 톤을 보면 일전의 글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움직이자. 적게 먹자. 수백 번 책을 통해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 들은 이 말을 직접 살아낸 사람은 더 이상 다른 삶은 살지 못할 것이다. 삶이 너무 공허해 시작하게 된 마라톤이 자신의 삶을 180도 바꿔줬다는 것을 경험한 그 후배는 이제 운동 없는 삶을 절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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