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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책방 Jan 20. 2024

건강에 대한 생각의 확장

Slow life, Love nature, Life changing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생활이 편해지자 나는 다시 눈을 돌린다. 혹자는 말한다. 다시 게을러지고 폭식하면 어떡하냐고.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다시 지금의 삶으로 돌아올 힘이 있다고. 한 번 깨우친 이 건강한 삶으로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나는 음식과 운동이 아닌 또 다른 건강한 활동을 내 삶에 초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Slow life, Love nature, Life changing




지금의 나는 느린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 무료한 시간, 무의미한 일, 비생산적인 활동에 익숙하다. 이 모든 걸 교육해 준 건 육아였다. 육아를 떠올리면 우리는 돌봄 노동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육체적 정신적 노동. 하지만 나에게 육아라는 것은 무궁무진하게 흐르는 무의미한 시간들을 잘 버텨내야 하는 것이었다.


놀이터멍이라고 한다. 아이가 노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봐야만 하는 시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이 시간을 무의미하다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엄마는 솔직히 육아의 시간에서 크나큰 의미를 길어 올리기 쉽지가 않다. 그때의 나를 회상하는 순간이 와야지만 아이와의 의미 있는 시간을 추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육아를 한지 일 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십 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그 느릿한 삶에 많이 익숙해졌다. 비록 회사는 여전히 ASAP (as soon as possible)을 외치며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길 원하지만, 이제 나는 너무 늦어진 출근시간 앞에서도 느릿느릿 신발을 신는 아이들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놀이터에 앉아 그네를 무한대로 타고 있는 아이를 한 시간이고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열심히 성장을 하고, 엄청난 생산성을 논하는 것에서 나의 일상은 조금 멀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 느린 삶이 오히려 나에게는 득이 될 것이라고는 지난 십 년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밥을 천천히 먹게 됐고, 나의 호흡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공들여 만드는 요리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Fast food를 멀리하게 됐고,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자주 이용하며, 시간을 켜켜이 쌓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지 알고 있다.


나쓰메소세키의 <우미인초>에 이런 글이 있다.

개미는 단것에 모이고 사람은 새로운 곳에 모인다. 문명인은 격렬한 생존 가운데서 무료함을 한탄한다. 서서 세 번의 식사를 하는 분주함을 견디고 길거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병을 걱정한다. 삶을 마음대로 맡기고 죽음을 마음대로 탐하는 것이 문명인이다. 문명인만큼 자신의 활동을 자랑하는 자도, 문명인만큼 자신의 침체에 괴로워하는 자도 없다. 문명은 사람의 신경을 면도칼로 깎고 사람의 정신을 나무공이로 둔하게 한다. 자극에 마비되고, 게다가 자극에 굶주리는 자는 빠짐없이 새로운 박람회에 모인다.


너무 와닿는 구절이다. 우리는 모두 자극에 마비되고 자극에 굶주리는 문명인으로 살기 때문에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게 이리도 힘든 것이다. 격렬한 생존을 살아내야 하기에 무료하게 사는 삶에 대해서는 한탄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무료함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무의미함 속에서도 생산적인걸 찾을 수 있는 모순들이 마구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토요일마다 습관적으로 가는 집 앞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슬로 뷰티, 삶을 바꾸는 비건화장>을 읽으며,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에만 신경 썼던 나의 생각에 확장이 일어났다. 번거로움을 조금만 감수하면, 시간과 정성을 좀 더 쏟으면 나는 건강한 삶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먹는 것에서 확장해 피부에 바르는 것 또한 나의 건강과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나는 비건 비누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봤다. 한 번의 수업으로 5개 혹은 10개의 비누를 만들 수 있어 보였다. 그럼 1년에 한두 번만 직접 비누를 만들면 될 일이고 그 정도는 아주 조금 내 삶을 틀어볼 만한 일이었다. 조금씩 시작해 보기로 했다. 비누를 바꾸고 오일과 미스트를 바꾸고 그렇게 조금씩 내 몸에 바르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며 사용한다면, 또 다른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자연에 가깝게, 번거롭더라도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변화를 초대하는데 기꺼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설렌다. 


먹는  것, 바르는 것, 입는 것, 소비하는 것, 버리는 것, 일하는 것 그리고 잘 사는 것과 죽는 것에 관한 고찰이 다시 시작된다.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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