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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고 말해주세요> 다정하다는 마음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우리는 마음을 나눴다.

by 작은 책방

우리가 11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어제 12년 만에 만났다.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각자가 결혼할 때까지 이사 한 번 안 하고 살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연락하며 지낼 수 있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대학까지 다녔지만, 우리는 틈틈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나눴기에 지리적 거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심리적 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어제는 서로 공유하지 못한 작은 시간의 틈들을 나누고자 오랜만에 만나 기나긴 대화를 했음에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저런 추억을 소환하다가 대학생 때 그 친구가 나에게 뜬금 고백했던 이야기가 나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그 친구의 이야기를 빌려 얘기해 보자면, 그 당시 나는 전혀 진지하지 않았고 '네가 도저히 남자로 느껴지지 않으니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고 그냥 지금처럼 친구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는 잔인한 말과 함께 미소로 상황을 무마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서른 살이 돼도 둘 다 혼자면 그때 진지하게 만나보자'라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화를 했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둘 다 스물아홉에 결혼해 각자 잘 살고 있다.


나는 그렇게 어제, 기억 저편에 사라진 추억들을 안주삼아 오랜 친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훗날 다시 만나 지금을 이야기한다면, 그때 우리는 애를 키우느라, 배우자와 잘 지내기 위해, 먹고살려고 노력했던 이야기들을 꺼내며 또 그렇게 온기 넘치는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다정해지는 삶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자 애를 쓰는 것만이 진정으로 아름다워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자신이 믿는 바대로 행하고 원하는 모습으로 노래하고 춤출 수 있다면 비로소 우리는 정답이 없는 것들에도 마음껏 마음을 쏟으며 몰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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